11월이 가는 갈밭 길에서
김동규
처음에는 문득,
바람인 줄 알았다
창부娼婦의 매소賣笑같은 까칠한 소리로
살과 살을 비벼대다
드러눕던 몸짓,
바람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혼절하는 몸서리로 제 허리를 꺾어,
속 대를 쥐어 틀어 물기를 말리고
타오르는 들불의 꿈을 꾸며
잠이 든
늙은 갈대의 가쁜 숨소리
11월이 가는 갈밭 길에는,
빠른 걸음으로 노을이 오고
석양마다 숨이 멎던,
하루를 또 보듬으며
목 젖까지 속울음 차오르던 소리를,
처음에는 문득,
바람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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