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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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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막혀/한용운 길이 막혀 한용운 당신의 얼골은 달도 아니언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바칩니다. 나의 손길은 웨 그리 쩔러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한용운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한 용 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
수선화에게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
그대 오는 길 등불 밝히고/이해인 그대 오는 길 등불 밝히고 이 해인 내 가슴 깊은 곳에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언제든지 내가 그립걸랑 그 등불 향해 오십시오. 오늘 처럼 하늘빛 따라 슬픔이 몰려오는 날 나 그대 위해 기쁨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삶에 지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 그대 내게..
이양하 수필 '나무' 나무 이양하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
사모 /조지훈 사모 조지훈 그대와 마조 앉으면 기인 밤도 짧고나 희미한 등불 아래 턱을 고이고 단둘이서 나누는 말없는 얘기 나의 안에서 다시 나를 안아주는 거룩한 광망 그대 모습은 운명보담 아름답고 크고 밝아라 물들은 나무 잎새 달빛에 젖어 비인 뜰에 귀또리와 함께 자는데 푸른 창가에 귀 기..
늦가을/김사인 늦가을 김사인 그 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스산한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