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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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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한용운 나의 노래 한용운 나의 노래가락의 고저장단은 대중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속의 노래 곡조와는 조금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노래가 세속 곡조에 맞지 않는 것을 조금도 애달파하지 않습니다 나의 노래는 세속의 노래와 다르지 아니하면 아니되는 까닭입니다 곡조는 노래의 결..
12월 - 오세영 12월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
황혼에 서서 / 이영도 황혼에 서서 이영도 산(山)이여, 목메인 듯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먼 침묵(沈默)은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 애모(愛慕)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 달래입 같은 물결 같은 내 소리 세월(歲月)은 덧이 없어도 한결 같은 나의 정(情)
가을 저녁의 시/김춘수 가을 저녁의 詩 -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
당신을 보았습니다/한용운 당신을 보았습니다 한 용 운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
꿈 깨고서/한용운 꿈 깨고서 한용운 님이며는 나를 사랑하련마는, 밤마다 문밖에 와서 발자최 소리만 내이고, 한번도 들어오지 아니하고 도로 가니, 그것이 사랑인가요. 그러나 나는 발자최나마 님의 문밖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사랑은 님에게만 있나버요. 아마 발자최 소리나 아니더면, 꿈이나 아니..
칠석 / 한용운 칠석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고 살지언정, 하늘 위의 직녀성은 되지 않겠어요, 네네.' 나는 언제인지 님의 눈을 쳐다보며, 조금 아양스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말은 견우의 님을 그리우는 직녀가 1년에 한번씩 만나는 칠석을 어찌 기다리나 하는 동정의 저주였습니다..
당신이 아니더면/한용운 당신이 아니더면 한용운 당신이 아니더면 포시럽고 매끄럽던 얼골이 왜 주름살이 접혀요 당신이 기룹지만 않다면 언제까지라도 나는 늙지 아니할 테여요 맨 츰에 당신에게 안기던 그때대로 있을 테여요 그러나 늙고 병들고 죽기까지라도 당신 때문이라면 나는 싫지 안하여요 나에게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