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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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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며 - 이성선 별을 보며 이성선(1941~2001)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근근이 별빛..
첫마음 - 정채봉 첫마음 정채봉(1946~2001)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계속된다면, (…)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
편지 - 천상병 편지 천상병(1930~93)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 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
너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고정희 너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버스 속에서도 추운 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보이고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 속의 적동백 두어 송이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너를 내 가슴에 ..
내가 흐르는 강물에 /김남조 내가 흐르는 강물에 김남조 구름은 하늘이 그 가슴에 피우는 장미 이왕에 내가 흐르는 강물에 구름으로 친들 그대 하나를 품어가지 못하랴 모든 걸 단번에 거는 도박사의 멋으로 삶의 의미 그 전부를 후회 없이 맡기고 가는 하얀 목선이다 차가운 물살에 검은 머리 감아 빗으면 어디선가 ..
4월의 노래/박목월 4월의 노래 박 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
오래된 기도/이문재 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섬..
춘신(春信) / 유치환 춘신(春信) 청마 유치환 꽃등인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에서  작은 깃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