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며
이성선(1941~2001)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근근이 별빛을 쳐다보며 나날을 견뎌 왔던 것.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근근이 별빛을 쳐다보며 나날을 견뎌 왔던 것.
한데 이제 어쩔 것인가.
내가 너무 쳐다봐 저 별들을 더럽히는 것은 혹 아닐까.
착함과 사랑에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바 아니라면 삶은 대체 무엇을 하자는 삶이겠는가.
그리고 선하고자 한다면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가.
내 따뜻한 저녁밥이 지중해를 표류하다 죽어 간 시리아 난민 소년의 밥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내 안락한 잠자리가 지하도 계단에 웅크린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하느님은 아실 것이다.
시인은 60세를 일기로 스스로 세상을 내렸다. 풀에게 돌에게조차 미안해서였을 것이다.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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