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중
이용헌(1959~ )
빗방울이 툭,
정수리에 떨어진다
가던 길 멈추고 하늘 쳐다본다
누구인가
저 까마득한 공중에서
단 한 방울로 나를 명중시킨 이는
하기야
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번의 눈빛으로
나의 심장을 관통해버린
그대도 있다
존재는 얼마나 많은 우연이 겹치고 축적된 결과물인가.
정수리에 떨어진다
가던 길 멈추고 하늘 쳐다본다
누구인가
저 까마득한 공중에서
단 한 방울로 나를 명중시킨 이는
하기야
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번의 눈빛으로
나의 심장을 관통해버린
그대도 있다
존재는 얼마나 많은 우연이 겹치고 축적된 결과물인가.
그런데 우연의 외곽에 필연의 법칙이 있다. 가령 빗방울이 하늘로 솟을 리 없고, 꽃이 피기도 전에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
우연에 시간의 더께가 쌓이면 필연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필연의 스펙트럼 안에 수많은 우연이 존재한다.
예컨대, 나는 당신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 “심장을 관통해 버린 그대”는 우연과 필연의 포개짐, “명중”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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