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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늦은 꽃 - 김종태

 

 

 

 

늦은 꽃

 

 

 

 

                                                                        김종태(1971~ )

 

남몰래 조금은 늦은 것들이 있다

늦게 온 것들은 고요하고 스산하다

철쭉도 다 간 시절에 자줏빛 등불 밝힌

자목련이 지키는 이슬 내린 화단에 앉아

내 생애 너무 일찍 사라진 인연과

때로 너무 늦게 찾아온 인연을 생각한다

꽃의 소식에 밖을 향한 눈을 감는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순서를 정하듯이

누가 꽃들의 호시절을 정하였을까

( … )

늦은 소식은 다시 소문이 될 터이지만

그늘에서 켜드는 꽃등은 외로이도 훤하다

먼저 간 꽃잎들의 흔적이 역력할 때

늦은 개화에 기댄 저 후생이 궁금하다


늦게 오는 것은 저마다 그늘진 사연이 있다.

누군들 제일 먼저 피는 꽃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늦은 것의 쓸쓸함과 고요함과 심란함.

너무 늦게 찾아와 주목받지 못하거나 쓸모없어진 것들.

그러나 누가 그 순서를 정했더라도 더딘 것은 더딘 데로 존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언젠가 “소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주목받지 못했으나 “외로이 훤”한 생도 있는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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