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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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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꽃 노란꽃 키 큰 것은 다행한 일이지 덩쿨 장미 사이 우뚝 솟아 이슬 속 대지 깨트리는 삶의 처절한 몸짓 볼 수 있어 뭉실 뭉실 오르는 그리움 칠흙 같은 외로움 올망 졸망 가슴에 달고 누굴 기다리나 그대 오뉴월 해 길어서 다행이지
백수(白手)와 까치 백수(白手)와 까치 아카시아 향기 조는 한낮 산길 푸드득 까치 오르니 송홧가루 뿌옇게 고향이 보이네 깔딱고개 오르려니 숨 벅찬데 저만치 앉은 까치 뻣뻣이 날 보며 낮잠 깨웠다고 신경질 부리네 하, 불쌍한 반백 백수 고향 갈 날 아득한데 이글거리는 태양은 딴지 걸고 같잖은 까치마..
나비야, 너처럼 나 또한 날고 싶다. 나비야, 너처럼 나 또한 날고 싶다 기다리는 임 소식 감감한데 찔래꽃 잎 바람에 울 넘는다 한 낮 원족 온 나비 한 쌍 공중으로 치솟다 가슴 맞대고 놀란 듯 달아나면 곧 뒤쫓는 나비 정분에 외로운 반백 중년 숨이 가쁘다 나비야 나도 너희처럼 날고 싶은데
때죽나무 꽃 때죽나무꽃 염원 담은 초파일 연등처럼 망울망울 담은 연민 오월 농염한 햇살 애무 어금니 깨물더니 더 견디지 못하고 방울 방울 울어버린 꽃
오월이 다 가도록 부르고 싶은 사람아! 오월이 다 가도록 부르고 싶은 사람아! 사람아! 푸른 오월 햇빛 곱게 내리는 들판으로 가자 눈물 나게 싱그런 들꽃 찾는 한 쌍 나비 동무하여 들길을 걷자 사람아! 푸른 오월 아카시 향 넘실대는 숲으로 가자 가지런히 피어 눈부신 꽃 꽃 여인 손 잡고 향기로운 숲길 걷자 그러다 햇살 너울대며 영롱한 별빛 보이면 눈 꼭 감고 천지 무너지게 격정의 키스도 우리 해보자 때론, 푸른 오월 잔디 고운 둑에 누워 너 하나 나 하나 하늘 바다 조약돌 던져 동그랗게 이어지는 불량한 사랑도 해보자 사람아! 오월이 다 가도록 부르고 싶은 내 사람아
야간 근무하던 날 야간 근무 하던 날 산 허리 머뭇거린 저녁 노을 처진 삭신 핥고 지나면 마니산 골짜기 어둠 내리고 머언 고향 부모 형제 안부 그립네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일곱 남매 키우느라 온갖 고초 마다시고 이제는 살만하니 지팡이 의지하네 졸린 눈 부릅뜨고 밤 지새우면 이슬 젖은 그믐달 스스로 사위고 객지생활 덧없이 반백 되었네
비 내리는 이스탄불 이스탄불 비 내리는 위스퀴다르 언덕에 서니 바다 건너 블루 모스크 기도 소리 청아하다 락크 한 잔 마시고 객선 오르니 뱃전 울리는 우스크다르 기 데리 켄 알디다 비루 야무르 물결도 흥겨워 돌마바흐체 궁전 부딪혀 온다 동 서양 아우러진 뷰익 바자르 천 년 버텨온 테오도시우스 성의 오스만 트루크 영광 토카피 궁전 찬란한 성 소피아 성당 덩그런 덩그런 종 울리면 극동 이방인 날 저물고 가슴 풍만한 여인 "베님단 세니 촉 세비요름" 농익은 눈웃음에 탁심 광장은 비가 내린다
선종(善終) 선종(善終) 하얀 목련 남몰래 꽃 피우던 밤 돌연, 장막을 깨트리는 종소리 뎅그렁 뎅그렁 요한 바오로 2세 본향(本鄕) 가시는 길 큰 사랑 주시어 고맙습니다 그분 곁에 편히 저를 기다려주십시오 가난한 나의 통곡 기도 하늘 닿으면 못다 핀 하얀 목련 꽃을 피우고 하늘 땅 안개가 두 팔로 안아준다 '05.4.3. 바오로 2세 새벽 4시 3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