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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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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전나무 숲에서 월정사 전나무 숲에서 오대산은 길을 열어 어서 오라 하는데 玉水는 허연 이빨 드러내며 호통을 친다. 월정사 전나무 숲 황톳길 멍에 지고 걸으니 눈물이 나고 天上의 향기 폐부(肺腑)에 가득 차니 그 또한 눈물난다. 무슨 인연이 날 불러 이곳에 왔을까 아무나 오는 길 아니리. 일주문 지..
비 내린 날의 해학(諧謔) 비 내린 날의 해학(諧謔) 하늘 어디 빵꾸가 났는지 비는 억수로 내리고 덩달아 바람은 우산도 까버렸습니다. 질척거리는 길을 걸어 집에 가야하는데 아스팔트위에 종이 한 장 몰골 사납게 쫙 달라 붙어 있습니다. 훈련병시절 각개전투의 낮은포복처럼 머리위로 총을 쏴도 절대 맞지 않도록 먹구름은 ..
신륵사에서 신륵사에서 강물은 흐르지 않은 듯 바다에 닿고 해는 무심한 듯 스스로 서산에 기대 인다. 강월헌(江月軒) 올라서니 담담히 여강(驪江)은 흐르고 먼 날 상흔(傷痕)많은 석탑 말 없는데 노젓는 사공 한숨소리 강을 넘는다. 걸어온 길 굽이굽이 강물도 굽이굽이 마음은 나인줄 알겠는데 물에..
반(半)은 늘 아픔이 듯 반(半)은 늘 아픔이 듯 임이여! 나의 손짓에 고개 돌림은 내 손이 너무 작기 때문인가요 나의 외침에 대답없음은 당신께 향한 내 소리 작음인가요 갈구(渴求)하는 내 마음 소통되지 않음은 내 기도가 부족해서 인가요. 아니면 아니면 내 손짓보다 내 소리보다 내 기도보다 더 흠모하는 사..
클로버꽃에 대한 단상(斷想) 클로버 꽃에 대한 단상(斷想) 언제부턴가 그들은 나를 동무라 여겼는지 놀러 오라는 기별도 있었지만 세상에 찌든 내 양심상 그들의 동무가 될 자격이 없을 것 같아 머뭇거리는데 비 내리던 6월 어느 날 무심히 솔밭 길을 걷는데 비를 맞고 나를 기다리는 그들을 보고 마른 가슴으로 달려..
담쟁이의 꿈 담쟁이의 꿈 신작로(新作路) 먼지 날리며 그대 오신다고 했지요. 주막집 담벼락에 올라 가는 목 길게 빼고 기다리리라. 그대 오신다고 했지요. 바람에 실려온 먼 곳의 애증(愛憎) 밤새워 얘기하며 뻐꾸기 그늘 찾는 염천(炎天) 한낮 내 안의 달콤한 오수에 행복해 하며 조석(朝夕)의 찬 기운에 여린 어깨..
사랑은 물들임이다. 사랑은 물들임이다. 온 몸을 부셔 밤새 무명실로 손톱을 동여 메야 봉숭화 꽃물이 들 듯, 나를 버리지 않고 하나가 된다는 것은 단지 가까이 가는 것일 뿐 버리는 아픔 있어야만 진정 물들임이다. 서녘을 붉게 물들이며 처절히 사라지는 태양처럼 비워진 곳에 다가섬이 아닌 나를 버림이 ..
황혼(黃昏) 황혼(黃昏) 하루 걸음 힘에 부쳤는지 강화 마니산에 기대어 한숨 돌리는 노을 희끗희끗 잔설 남은 어스름 아래 고깃배 발걸음이 바쁘다. 인적은 끊기고 산새 울음이 수은등 되어 나를 비춘다. 산다는 것이 향(向)함이라면 우리의 발길은 각자의 몫일진저 차가운 적막을 견디지 못한 꽃잎이 고요를 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