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꽃에 대한 단상(斷想)
언제부턴가 그들은 나를 동무라 여겼는지
놀러 오라는 기별도 있었지만
세상에 찌든 내 양심상
그들의 동무가 될 자격이 없을 것 같아 머뭇거리는데
비 내리던 6월 어느 날
무심히 솔밭 길을 걷는데 비를 맞고
나를 기다리는 그들을 보고
마른 가슴으로 달려가 안으며 연락도 없이 궂은 날 왔느냐니
맑은 날은 올 수 없었다며
눈물을 흘리었다.
배부른 소들이 주인을 기다리던
노을 고운
열두 방천 시오리 길
클로버 손목시계와 반지를
정자(貞子)에게 걸어주며 향그런 입맞춤했는데
소먹이던 아짐이
소문을 내
한동안 놀림을 받았던 아스라한 기억의
한 날.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숨 가쁜데
어디선가 곱게 나이 들고 있을
정자(貞子)
내 생각이나 할까만
해 질 녘
풀밭 속 잔별 같은 클로버 꽃을 보면
비틀어진 가슴
유독
아리다.
사랑때문에
말 못하는 아픔보다
더 애절함 있을까.
뜬금없이
파르르 떨던 그 손 다시 잡을 수 있다면
열두방천
시오리길
잡은 손
놓지 않고 밤새워
가리라.
'서툰 자작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륵사에서 (0) | 2009.07.14 |
---|---|
반(半)은 늘 아픔이 듯 (0) | 2009.07.08 |
담쟁이의 꿈 (0) | 2009.06.27 |
사랑은 물들임이다. (0) | 2009.06.21 |
황혼(黃昏) (0) | 2009.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