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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클로버꽃에 대한 단상(斷想)

  

 

클로버 꽃에 대한 단상(斷想)

 

언제부턴가 그들은 나를 동무라 여겼는지

놀러 오라는 기별도 있었지만 

세상에 찌든 내 양심상

그들의 동무가 될 자격이 없을 것 같아 머뭇거리는데

 

비 내리던 6월 어느 날

무심히 솔밭 길을 걷는데 비를 맞고

나를 기다리는 그들을 보고

마른 가슴으로 달려가 안으며 연락도 없이 궂은 날 왔느냐니

맑은 날은 올 수 없었다며

눈물을 흘리었다.

 

배부른 소들이 주인을 기다리던

노을 고운

열두 방천 시오리 길

 

클로버 손목시계와 반지를 

정자(貞子)에게 걸어주며 향그런 입맞춤했는데

소먹이던 아짐이 

소문을 내

한동안 놀림을 받았던 아스라한 기억의

한 날.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숨 가쁜데

어디선가 곱게 나이 들고 있을

정자(貞子)

내 생각이나 할까만

 

해 질 녘

풀밭 속 잔별 같은 클로버 꽃을 보면

비틀어진 가슴

유독

아리다.

 

사랑때문에

말 못하는 아픔보다

더 애절함 있을까. 

 

뜬금없이 

파르르 떨던 그 손 다시 잡을 수 있다면 

열두방천

시오리길

 

잡은 손

놓지 않고 밤새워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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