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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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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孤島) 고도(孤島) 살점 하나 떨어져 나가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고 떠돌던 영혼 불러 정좌한 체 묵묵히 두 손 모은 섬. 눈 있고 귀 있으나 말할 수 없어 숨긴 아픔처럼 혼신을 다하는 저녁노을 보며 눈물 흘린다. 밤새 외로움은 파도의 탐닉에 길들여저도 장엄한 여명(黎明)에는 앓았던 흔적 가리고 감추고 ..
아파도 사랑할 수 있으므로 행복이어라 아파도 사랑할 수 있으므로 행복이어라 아파도 사랑할 수 있으므로 행복이어라. 행복만큼 흔적 진한 것 알면서도 그 흔적 옹이가 되어 불길 돌아보지 않고 태울 수 있어 좋아라. 미숙하면 어떻고 조금 야한들 어떠랴. 이 늦은 나이 귀하게 그 불길 피우다 그날 한 줌 재로 변할 것을 알면서도 아, 지금 ..
달의 행로 달의 행로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하나 밤새 골짜기 헤메이다 적송(赤松)사이 반달되어 새벽 한기(寒氣)에 떨고 있다. 외로워 가슴 반쯤 잃었으리 애가 타 가슴 삭아졌으리. 나는 몹쓸 허상 찾아 밤 새 헤메고 하늘에서 너는 감춘 내 안을 보고 있었구나. 처서(處暑) 지난 초가을 햇살은 잔..
당신에게 나는 당신에게 나는 당신, 지쳐 힘들어 할 때 곁에 처진 어깨 만지며 다소곳 주물러 줄 수 있을 사람. 당신, 눈물 흘릴 때 곁에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손수건 들고 있을 사람. 당신, 잠 오지 않을 때 곁에 코골다가도 이따금 팔베개 해 줄 수 있는 사람 당신, 환하게 웃을 때 곁에 나의 행복인양 함께 웃을 ..
인동초(忍冬草) 인동초(忍冬草)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척박한 땅에서도 꽃과 향기를 피워내는 인동초. 그 꽃이 2009년 8월 18일 오후 1시 43분 눈물처럼 뚝 떨어졌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영원함이 있을까만 그날이 설마 이렇게 일찍 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 못했습니다. 서슬 퍼런 독재의 칼날 아래서도 민..
사랑한다는 말 못하는 이유 사랑한다는 말 못하는 이유 사랑하면서도 그 말 하지 못함은 괴로운 일입니다. 만나면 정작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이유도 아닙니다. 황량한 들판 사랑 없는 들꽃은 말라 바람에 날리지만 이 나이의 내게 초롬한 빛이라도 있음은 말 하지 않아도 당신의 사랑 내가 먹는 행복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얼굴..
오수(午睡) 오수(午睡) 산 산마다 푸른 깃발 흔들대고 들 들마다 파도 넘실댄다. 이 거리 저 골목은 로(爐)의 쇳물 넘치고 황량(荒凉)한 등허리는 땀이 발버둥 친다. 남대문 시장 같은 팽나무 아래 이 빠진 부채 들고 누우니 마실 온 매미가 걱정을 한다. 윈드서핑 하는 흰 구름 팔자가 부럽다. 지나는 ..
가슴에 내리는 비(雨) 가슴에 내리는 비(雨)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빈방엔 미움과 감사의 비가 내립니다. 젖은 옷 빨아 별 총총 보이는 빨랫줄에 널어놓고 어떤 예감에 길을 나섭니다. 늘 그러하듯 결국 주막에 앉아 술잔을 비웁니다. 그러면 또 비가 내립니다. 잃어버린 시간 놓쳐버린 언어 다가서면 당신은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