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길
오늘도 그 길은 웃고 있을까
책보따리 허리 찬
가시내와 머스마들이 타이어 고무신 먼지 일으키며
뛰어가던 길
비 그친 밤
술 취한 장년
공동묘지 꾸부러진 길 모퉁이 돌아 나오다
시비 거는 귀신과 씨름하여
겨우 겨우 이겨 단단히 묶어 놓고
다음날 가 보니
다리
아래
피 묻은 빗자루 한 개 덜렁 묶여 있었다던
허허허
긴 세월 그렇게 보냈을
그 길
여태
떠나지 않고 그곳에 남아
돌아오지 않는 가시내들과 머스마들을 기다리는가
타향살이
가시내와 머스마가 다시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홍교다리
건너
들멀 변전소 불빛마저 으시시 주저앉은
모퉁이길
누구는
북풍한설 맞으며 지났고
누구는
하얀 목련꽃 필 때 걸었고
누구는
숨 탁탁 막히던 땡볕에 지났을
그곳
허구한 날
나타났다던 귀신들의 얘기는 훨훨 날아 하늘로 달아나고
꾸불꾸불
다시는 오지 않을
책보따리 허리 찬 가시내와 머스매들이 먼지 일으키며 뛰어가는
아슴프리한 그 길
돌아오지 않을 그날들은
어디쯤
기다리는가
- 시작노트 -
내 고향
겨울 학교 가던 길
오금재 북풍한설 닥치면 얼굴과 귀와 손과 발이 시려 봉림 모퉁이 마지막 집 양지에서 몸 녹이고
책보따리 허리에 차고 타이어 검정 고무신 신고 뛰어다녔던 길이
나이 들 수록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