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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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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 갑사에서 계룡 갑사에서 너무 고우면 눈물이 나더라 무심코 찾아온 계룡 갑사. 어깨를 스치며 떨어지는 낙엽 한 잎 그 무위(無爲) 오직 겁(劫)과 찰나(刹那)가 존재하는 그 적막(寂寞) 적막에 놀란 계룡산이 옷을 벗고 달리고 나도 벗어 달리고 마실 온 바람까지 덩달아 달린다. 빛도 보이지 않고 어둠도 뵈지 않..
단풍 단풍 무슨 속상한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이른 아침 얼굴이 붉어진 걸 보니. 어떤 이유로든 순종의 언약을 버리고 자유를 찾은 여인의 탁월한 선택이 없었다면 스치는 바람에 속절없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았겠습니까. 바람 돌아 구석진 낙엽의 허무를 알았겠습니까. 천 년 만 년 욕심 없는 삶은 뱀..
시월 그리고 그믐달 시월 그리고 그믐달 동에서 서으로 잔잔한 떨림 황홀한 푸르름의 채색 졸던 그믐달 놀라 더딘 걸음에 몰골이 창백하다. 몰랑의 외침에 산은 늦은 화장 하느라 부산을 떨고 밤새 내려오던 물 자락 모퉁이 돌아 숨 고를 때 속없는 산 까마귀 까악 까악 울어대니 골짜기도 덩달아 바람이 인다. 그대로 두..
콩에게 콩에게 뜬금없이 벌거벗고 아가야, 어느 세계에서 왔느냐 보드라운 살결 촉촉한 입술 아! 속 눈섭 곱구나 아니, 벗어 더욱 어여쁘다. 너의 세상은 어떤 세상이기에 부끄러움도 없이 살더란 말이냐. 이곳은 순종의 언약을 지키지 못해 복된 땅에서 추방 당한 참으로 거친 곳 말도 많고 속고 속이며 더러..
늦바람 28447 늦바람 내게 그리움이 있다면 아직도 목숨 건 사랑 여태 못 해봤기 때문이리. 채색의 山 그 산 줄기 사이를 달리는 바람 그 낙엽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실낙원의 응징. 하 내 것이라 믿었던 것 중 남은 것은 결국 홀로임을 왜 이제야 알게 되는 것일까. 그래도, 어둠 일찍 오는 가을 밤 가..
부석사에서 부석사에서 열 살 너머 부석사 무량수전을 알았는데 쉰 일곱 반백에 구름 타고 곱게 나이드신 노신사를 만나 뵙고 터벅터벅 걸어서 소수서원을 보았다. 만남의 기쁨도 채 가시기 前 애견되는 別離 길가 버스 정류소에 앉아 사과 하나 만지작거리다 차마, 내 애인같던 농익은 사과를 덜렁 먹어치웠다. ..
봉화 청량사에서 봉화 청량사에서 저 비탈 오르면 쉴 곳 있으리 저 모퉁 돌면 몰랑이 보일까 굴곡진 청량산 걸어 걸어서 하늘 다리 건너 장인봉에 서니, 산. 산. 산. 허리틀며 날 저물게 흐르는 낙동강 졸다 눈시린 푸르름에 빠진 구름 한 낱. 돌고 도는 人生길 해도 돌고 달도 돌고 나도 돌고 江도 山도 절(寺刹)도 우리 ..
나보고 바보라고 나보고 바보라고. 나무도 풀도 바위마저도 모두 치장을 하더군 입 없어 말 아니하고 손발 없어 오가지 못하며 눈 없어 보지 못하여 알몸으로 한 세상 사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 달빛에 속삭이고 햇빛에 웃음 주며 비 젖어 떨며 바람에 말 걸기도 하드마. 어찌어찌해서 그런 사실을 알아 다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