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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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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그리고 가을 그 사람 그리고 가을 아련한 기억의 편린 같은 골짜기 들국화 주인 없는 모퉁이 옹달샘 산새 한 마리 첩첩 산골 마을 같은 한 사람 가슴에 앉았다. 그 사람 찬 바람 일면 찾아와 얼만큼 더 멀리 가야 오는 길 지워질까 속은 문드러져도 웃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신음 소리. 내 ..
가을 소묘(素描) 가을 소묘(素描) 바위에 걸터앉아 옛이야기 듣는 솔잎 가는 곳 알 수 없는 하늘 나는 기러기. 살아보니 세상은 홀로 되는 것 아무것도 없는 관계로 이어진 긴 행렬. 바람이 뒷산 골짜기 단풍 꼬드겨 봇짐 싸는 문득 콧등이 아려오는 가을 오후 풍경.
코스모스-4 코스모스-4 아마도 하늘 은하수가 내려와 꽃이 되었나 보다. 헤아릴 수 없는 송이송이 가는 허리 흔들며 달콤한 입술 내밀어 꼬실라저 가는 가슴에 불을 지피는 아, 고운 것 이쁜 것. 해 지면 잡것들이 섞이지 않은 저들을 눈 벌건 어둠에 두고 간다는 일이 걱정인데 어쩌면 노을 따라 하늘..
시월 시월 한 번도 안부 전하지 못했어도 이맘때면 늘 내 곁에 서는 널 보면 눈물 저려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 묻지 않으리. 이끼 낀 성곽끝에 꼰지발 서서 앞가슴 여민 정숙한 여인을 닮아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까만, 나의 가난한 욕심은 널 감춰두고 보고 보고 또 보고 싶은데 숨길 수 없는 ..
향일암(向日庵)에서 향일암(向日庵)에서 처음 가는 길은 다 숭고하다. 반도에 봄이 가장 먼저 닿는 돌산도 금오산 수십 번은 갔다 왔을 곳을 이제야 더듬더듬 길 올라 딱 한마디 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는 네 탓으로만 돌리며 내 손을 놓지 않던 징한 것들이 머리에서 등줄기 따라 달리더니 내 손을 뿌리치고..
여명의 적막(寂寞) 여명의 적막(寂寞) 순수의 허공을 관통하던 찬 기운 움츠린 고목의 거친 고뇌 재우면 밤새 구석구석 계곡 핥던 바람 안개 이불 둘러쓰고 잠꼬대 한다. 성가 부르던 검은 차도르 쓴 매미는 어디로 갔을까. 길 잃어 산속을 헤매이던 샘물 애태운 처마 밑 풍경 목 축여주면 밤새 외로움에 잠 ..
잔상(殘像) 잔상(殘像) 가을비 내린 뒤 지친 구름이 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것은, 반달이 지난밤 발가벗은 일이 부끄러워 아직 이불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싸리 꽃-3 싸리 꽃-3 웃는가 우는가 정제문 뒤에서 보는가 감는가 뒤안길에서. 가난에 쪼들려 보퉁이 들고 낯선 할매 따라 어디론가 가신 널 보면 누님 생각나는데. 보일 듯 말 듯 꽃잎 위에 기별 없이 자줏빛 비는 내리고. 척박한 길모퉁이에 서 스치는 바람에도 손 흔드는 서러워 정다운 꽃.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