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名詩 감상

(320)
대숲을 바라보며/신석정 대숲을 바라보며 / 신석정 대숲으로 간다. 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자욱한 밤 안개에 벌레 소리 젖어 흐르고 벌레 소리에 푸른 달빛이 배어 흐르고 대숲은 좋더라. 싱글어 좋더라.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 꽃가루 날리듯 흥근히 드는 달빛에 기척 없이 서서 나도 대같이 살꺼나..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조병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조병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
선운사에서 /최영미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
바람부는 날-박성룡 바람 부는날 /박성룡 오늘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새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쓸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내 가슴에 장미를/노천명 내 가슴에 장미를 노천명 더불어 누구와 얘기할 것인가 거리에서 나는 사슴모양 어색하다 나더러 어떻게 노래를 하라느냐 시인은 카나리아가 아니다 제멋대로 내버려두어다오 노래를 잊어버렸다고 할 것이냐 밤이면 우는 나는 두견! 내 가음속에도 들장미를 피워다오 노천명(盧天命1912~1957).황해도 장..
비목(碑木) 6월의 노래 "비목" 강원도 화천 국민적인 가곡 "비목"의 탄생지가 바로 이곳이다. 사연은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화의댐 북방 14km 백암산 계곡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한 청년장교는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이끼 낀 무명용사의 돌무덤 하나를 만난다. 녹슨 철모, 이끼 덮인 돌무덤, 그 옆을 ..
난초의 향기/허난설헌 난초의 향기 誰識幽蘭淸又香 [수식유란청우향] 그 누가 알리요, 그윽한 난초의 푸르름과 향기 年年歲歲自芬芳 [년년세세자분방] 세월이 흘러도 은은한 향기 변치 않는다네 莫言比蓮無人氣 [막언비련무인기] 세상 사람들이 연꽃을 더 좋아한다 말하지 마오 一吐花心萬草王 [일토화심만초왕] 꽃술 한번 ..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Gloria Vanderbilt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 - G.밴더빌트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 외로운 여름과 거지꽃이 시들고도 기나긴 세월이 흐를 때, 사랑은 천천히 오는 것. 얼어붙은 물 속으로 파고 드는 밤하늘의 총총한 별처럼 지그시 송이송이 내려앉는 눈과도 같이, 조용히 천천히 땅 속에 뿌리박는 밀 사랑의 열은 더디고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