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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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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에서/김용호 주막(酒幕)에서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酒幕) 그 수없이 많은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빈 강에 서서/류시화 빈 강에 서서 - 류시화 1 날마다 바람이 불었지. 내가 날리던 그리움의 연은 항시 강 어귀의 허리 굽은 하늘가에 걸려 있었고 그대의 한숨처럼 빈 강에 안개가 깔릴 때면 조용히 지워지는 수평선과 함께 돌아서던 그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지. 저무는 강, 그 강을 마주하고 있으며 보이는 것이라곤..
설야(雪夜) /김광균 설야(雪夜) 김광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끝에 호롱불 여워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여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먼-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追憶..
세월이 가면 ( If time goes by ) /박인환 세월이 가면 ( If time goes by ) - 박인환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Now, though I forgot your name, The eyes and the lip/ Still remain in my heart.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밖 가로등불의 그 밤을 잊지 못하지 Even when it winds /And it rains I can't forget the nig..
그리움에 지치거든/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점 없구나 누가 사랑은 열병이라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모금의 물 기다..
소포/이성선 소포 / 이성선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햇살 아래 노란 들국화 몇 송이 한지에 정성들여 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드립니다 이것이 비밀인 이유는 그 향기며 꽃을 하늘이 피우셨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와서 눈을 띄우고 차가운 새벽 입술 위에 여린 이슬의 자취 없이 마른 시간들이 쌓이여 ..
개여울/김소월 개여울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사평역에서/곽재구 사평역에서/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