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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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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조병화 초상/조병화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모르게 호사스런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 버리자고 슬퍼하며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 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
나무/류시화 나 무 류 시 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읍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의 가슴에 안겨든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읍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
비/정지용 비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섰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山)새 걸음걸이. 여울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의자/조병화 의자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
사랑이 가기 전에/조병화 사랑이 가기 전에/ 조병화 일체의 욕설과 굴욕을 참아가며 그래도 나는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가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본의가 아닌 내 생존과 감정이 이렇게 충돌과 인내를 일삼아까지 타오르는 울분을 그대로 내 가슴속 깊이 묻어야 한단 말인가 견뎌야 한단 말인가 이 눈보라치는 겨울 온 생명이 소..
절벽에/ 오현스님 절벽에 오현스님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