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名詩 감상

(320)
담쟁이/도종환 * 담쟁이/도종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
님을 위한 행진곡 님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벼/이성부 벼/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
그 강에 가고 싶다/김용택 * 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그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
남 남/조병화 남 남 -조병화- 푸른 바람이고 싶었다 푸른 강이고 싶었다 푸른 초원이고 싶었다 푸른 산맥이고 싶었다 푸른 구름 푸른 하늘 푸른 네 대륙이고 싶었다 남남의 자리 좁히며 가까이 네 살 닿는 곳 따사로이 네 입김이고 싶었다 네 이야기이고 싶었다 네 소망이고 싶었다 네가 깃들이는 마지막 고요한 기도..
The Azalea=진달래 꽃/김소월 The Azalea/진달래 꽃 김 소월 When you take your leave, Tired of seeing me, Gently and silently I'll bid you go.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 오리다. From Mount Yag of Yongbyon An armful of azaleas I shall pick, And strew them in your path. 영변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는 길에 뿌리오리다. Go now, I pray, with short steps..
아들아, 지는 꽃의 힘을 아느냐./안도현 <아들아, 지는 꽃의 힘을 아느냐>/안도현 아들아! 가을이 저렇게 소리도 없이 왔다. 마당가의 석류나무가 네 주먹만한 열매를 맺었구나. 작년에도 두 알이더니 올해에도 변함없이 딱 그대로다. 석류나무는 더 굵은 열매들을, 더 많이 주렁주렁 매달아 우리한테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
봄/이성부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