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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주막에서/김용호

 

주막(酒幕)에서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酒幕) 


그 

수없이 많은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빗긴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엔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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