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酒幕)에서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酒幕)
그
수없이 많은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빗긴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엔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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