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과 어머님
이젠
바람 따라 옛이야기만 유영하는 고향집
돌담길
지팡이 의지하신 어머님 마실 댕겨 오면
행여
넘어지실세라
어머님 그림자 뒤따라와
텅 빈 마루
끄응
앉으시며
"아이고
오살할 놈의 세상
귀신은 왜 데려가지 않고 이 고생시킬까"
무딘 투정
다 듣고야
돌아섰을 심성
엄동설한
봄꽃 지고
삼복더위 지나도 어머님 뵈지 않으니
서울 큰아들 네 가셨을까
부산
막내딸집 가셨을까
행여
밤중에 오실까
호롱불 켜 놓고 밤새 노심초사 기다리는 효심
이젠
바람 따라 옛이야기만 유영하는 고향집
돌담
그 위
노란 호박꽃은 다시
피었는데
경자년 정월 스무여드렛날 작고하신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