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
내가 너라면 좋겠어.
혹독했던 지난 겨울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저기 저,
연초록
춤사위 속에
얼굴이 붉어지도록 호탕이게 웃어 재끼는
산 자의
여유.
내가 너라면 좋겠어.
나를 잊고
널 볼 수 있음에,
바람이 불면 어떻고
비가
또 내린다면 어떠리.
눈부신 오월,
삶의 무게에 짓눌린
홀로의
고독.
그 떨림속의
적념(寂念)
그리고
꽃은 피고
또
지고.
살랑이는 춤사위에
버리고
비워
있음(存在)에 만족해 하는
내가
너라면 정말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