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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호박꽃

 

 

 

 

 

 

 

 

 

 

 

 

 

 

 

 

 

 

 

 

호박꽃

 

설령

누가

당신더러 아름답지 못하다 하드래도

부끄러워 마세요.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겉만 번지래 하고 속은 걸레만도 못한

그런 것입니다.

 

정돈된 화단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척박한 터에

자리하여

 

서지 못해

울타리 의지하고 

노랗게

노랗게 웃음꽃 피워

 

염천(炎天)

팔순 어머니

지팡이 짚고 장에 다녀오시면

살랑살랑 

아는 체하고

 

제 몸 살라

호박전

나물

된장국

한여름 식탁에 올려 입맛을 일게 하는데

 

아름답다고 향기 좋다고

뽐내던 꽃들은

속절없이

떨어져 가치 없이 사라지던 걸요.

 

부끄러워 마세요.

 

행여

누가

호박꽃도 꽃이냐 묻드래도

 

세상에는

저 못난 생각은 아니 하고

남 얘기 좋아하는

잡것들이 많거든요.

 

당신은

어둔 골목길 밝히는 

호롱불

 

진정한 삶의

의미를

지닌 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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