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烏竹)
살랑 살랑 날리는 치마 고웁고
날 듯 잰 걸음에 옷깃 스치는 소리 좋아
오실 그대
밤새 기다렸는데
그대여,
그 사이 무슨일 있어
가슴은
왜 검게 멍이 들었는가.
그대의 성품은
거만하지 않고 겸손(謙遜)하며
굿굿한 정숙(貞淑)을 지녀
지나는 바람에도
가녀린 허리 흔들리는
관용(寬容)이 있고
외로운 한 밤 창가에 다가와
사르르 옷 벗고
뜨겁게 손짓하는 아량(雅量)도 있는데
어이해
이리도 고운 여인을
어느 누가 애를 태워
여린 가슴
시커멓게 멍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