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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장날

 

장날

 

442 지에무시(GMC) 도락구(Truck)가

재 너머

사람들을 싣고 뿌연 먼지 날리며

꼬불 꼬불

비탈길을 내려오고

 

여자만 꼬막배는

먼 동 트기도 전

통통통

갯내음을 싣고

철다리 아래 포구에 닿으면

 

검은 손 흔들며 기차는 철다리를 사정없이 짓밟고 건넜다.

 

소화다리 건너 여순 사건 때

불 타

뼈대만 남은  경찰서 4층 건물

아제 아짐들의 지릿내로 범벅이 된

도장을 바라보며

 

까까머리 머스마는 부러운 눈으로 오가며

1층 태권도장과

2층 권투도장을

흉내를 내곤 했었다.

 

고무신 떼우던 냄새

뻥튀기 아제들의 고함소리와

고소한 냄새

 

하얀 김 모락 모락 오르는

돼지 국밥집

덕태루 짜장 볶는 냄새.

 

현대극장과 제일극장의 선전차는

삐라를 날리면

읍내를 질주하고

 

시어머니 몰래 퍼온

쌀 보리 가져온 아낙은

누가 볼쎄라

고쟁이에 돈 감추고

 

갯내음 주름살에 담아

꼬막

짱뚱어

반지락

깔치

고딩에

준치

비릿한 갯것들을 주물럭거리며

 

"씨발  x같은 시상

 이런 시상  x 빨러 살아."

생선 파는 아짐들의 걸죽한 신세 한탄.

 

생선 아짐의 눈치보며

워~메 밑져 어떻게 장사 한다냐며

아낙들의 비위 맞추던

고무신 아제

 

그 옆에서

옷 장사 하던 아짐은

장날의 제일 고운 얼굴이었다.

 

양철지붕 대폿집

오랫만에 만난 바깥 사돈들의 만남 장소

별일 없지라

한 잔 두 잔 주고 받고

 

천막 두른 팟죽집은 안 사돈들의 만남 장소

우리 딸이 속이 없지라

한 숫가락

덜어주며 오가는 정  넘쳤다.

 

옹기전은 

돈 잘쓰는 내친구

아부지 엄니가 장사를 하셨고

 

쇠똥냄새 풍기는 소전은

새벽장을 열고

돈 냄새 많이 나서 쓰리꾼도 많았다.

 

그 옆 공터에는

약장사

엿장사

동동 구르므 장사

 

장터에서 가장 큰 천막인 서커스에서는

노래소리

북소리

하모니카 소리

 

시장통 골목들은

술 냄새 

고기 냄새

색시들의 분 냄새

 

비료 사려 쌀 팔고

아들 학비 준비하려 소 팔은 돈을

시장통

분 냄새 나는 색시한테 쑤셔박고 

빚져서

서울로 도망 간 웃동네 머시기 아제 

 

도시락에 기름 자르르한 하얀 쌀밥

계란 반찬 먹던

내 동무

엄니도

시장통에서 색시들 두고

장사 했었는데

 

해 거름 파장 되면 

섬사람들은

철다리 뱃터에서 꼬막배로

떠나고

 

동의 진트재

서의 석거리재

남의 뱀골재는 버스가 만원이고

 

북으로는 

442 지에무시가

버스 대신

악다구를 쓰며 뿌연 먼지 달고 오금재를 넘었다.

 

빈 장터는

날리는 쓰레기

술 취해 고래고래 악쓰는 소리

울고 불고 싸우던 소리.

 

까까머리 머스마는

이젠

반백의 중년이 되어 

옛 어른처럼

장터 주막에 앉아 

한 잔 술로 추억에 취해가는데

 

오늘은

경전선 기차가 장꾼들을 싣고 기적만  남긴 체

철다리를 건너고 있다. 

 

 

-시작노트-

 

벌써 50년전 얘기지만 장날이면 차 번호 442 지엠시 트럭은

재 넘어 장꾼들을 가득실고 흙먼지 날리며 마을을 지나면

어른들은 저놈의 442는 털털하지만 엔진이 좋아 오금재를 넘는다고 하셨다.

 

지금은 대형 마트에 밀려 쇠퇴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5일장은

그 지역의 정취와 정서가 깃들어 있었고 지역과 지역의 문물이 교류되고

사람 냄새가 나는 생활 문화 집산지였고 만남과 정보제공의 장소였다.

또한

선술집에서 만나 얘기 하다 사돈을 맺는 사람들,

사돈끼리 만나

반가와 한 잔 두 잔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그만 소를 바꿔 타는 바람에

서로 사돈집으로 갔다는  옛 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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