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노을이 내려앉은 횅한 논두렁 길에 갸우뚱 피어있을 들국화
노을 대신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는 시멘트 바닥 위에 뒹굴고 있다.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군홧발 몽둥이와 방패로 내리치는 공포와 두려움
맵고 따가워 눈 뜨지 못하며 흐르는 눈물은 목마른 들국화를 위한 빗물이라면 좋았을 걸.
수확의 풍요는 땀방울 떨어져 잘려나간 벼 포기로 남아
늙으신 아버지 눈가 주름은 어두운 골짜기 이루는데.
왠일일까?
찬 바람 몰아치는 너른 여의도 광장에 떨리는 손으로 꺼져 가는 담뱃불만 연신 빨아 대며 죽일 놈들 죽일 놈들.
오 천 년 쟁기질하며 썩은 퇴비 내음에도 환한 웃음 울 넘었고
보릿고개 넘으려고 누런 황소 콧김과 나락 익는 소리에 춤이 절로 추어지던 엊그제 내 어릴 적
배 곯아도 호탕하게 웃던 인정이 넘쳤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달콤한 유혹이 저들의 눈을 가리워
아! 눈뜬장님들.
외면 말고 다독여라 더 참을 수 없어 그 숨결 멎으면
너와 나 우리 모두 죽는다.
눈 있는 자 들국화 침묵 볼 수 있을까 귀 있는 자 저 고뇌 들을 수 있을까!
서늘한 날 화장하지 않아도 무엇이 들국화보다 화려하랴
찬 서리 맞으며 무엇이 향 짙으랴.
어찌하여 여의도 너른 시멘트 바닥에 들국화가 자빠지고 있는가?
-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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