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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들국화

 

 

 

 

들국화

 

노을이 내려앉은 횅한 논두렁 길에

갸우뚱 피어있을

  들국화

 

노을 대신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는

 시멘트 바닥 위에 뒹굴고 있다.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군홧발

몽둥이와 방패로 내리치는

공포와 두려움

 

맵고 따가워

눈 뜨지 못하며 흐르는 눈물은

목마른 들국화를 위한 

빗물이라면 좋았을 걸.

 

수확의 풍요는

땀방울 떨어져 잘려나간 벼 포기로

남아

 

늙으신 아버지

눈가 주름은 

어두운 골짜기 이루는데.

 

왠일일까?

 

찬 바람 몰아치는 

너른

여의도 광장에 

떨리는 손으로

꺼져 가는 담뱃불만 연신 빨아 대며

죽일 놈들

죽일 놈들.

 

오 천 년 

쟁기질하며 썩은 퇴비 내음에도

환한 웃음

넘었고

 

보릿고개 넘으려고 

누런 황소 콧김과

나락 익는 소리에

춤이 절로 추어지던

엊그제

내 어릴 적

 

배 곯아도 호탕하게 웃던 

인정이

넘쳤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달콤한 유혹이 저들의 눈을

가리워

 

아!

눈뜬장님들.

 

외면 말고

다독여라

더 참을 수 없어 그 숨결 멎으면

 

너와 나

 우리

모두 죽는다.

 

눈 있는 자

들국화 침묵 볼 수 있을까

귀 있는 자

저 고뇌 들을 수 있을까!

 

서늘한 날

화장하지 않아도

무엇이 들국화보다 화려하랴

 

찬 서리 맞으며 

무엇이

향 짙으랴.

 

어찌하여 

여의도 너른 시멘트 바닥에

들국화가 자빠지고 있는가?

 

-시작 노트-

쌀협상 국회비준 반대 전국 농민대회
 

 

2005.11.23. 여의도 국회에서 쌀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여의도와 농촌 여기저기에는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Giobal 시대에 손익의 차를 잘 조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루과이 라운드에 무대책으로 임하며 목청 높이며 앞으로 세계는

Global시대라는 용어를 어설프게 외치던 자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난 10여년간 옳바른 대책없이 눈앞가림만 하며 선거때

표몰이만 생각하는 불량감자들에게 심한 슬픔을 느낍니다.

5000년 우리의 역사는 농경사회가 탯줄이었습니다.

대대로 이어온 핏줄인 쌀을 지키지 못하고

달콤한 곳감 같은 몇몇의 상품으로  우리의 쌀을 목 졸라 버림은

머지않은 날

쓰나미 보다 더 무서운 노도가 이 땅을 향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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