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놈 조동아리
고놈
내 딸 뱃속에서 하늘 축복받으며 응애응애
태어나
동네
산후조리원에서 보름간
몸 추스를 때
궁금하고
보고 싶어
날마다 찾아갔더니
간호사
눈치 보여 가지 못할 때
참
힘들었지
퇴원
후
우리 집에서 보름간 지날 때
할 일 없는 백수라
고놈
돌보며
앵두 같이 어여쁜 옹알이 들으며
새록새록
정
들었는데
고놈
아빠
기다리는 수원 집으로 돌아가고
어언 52개월
매월
한두 번 보는데
요즘
고놈 조동아리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말
어찌나
논리 정연한지 깜짝 놀라 물끄러미
바라보면
"할아버지! 왜 웃어요?"
묻는다
고운 입술
요리 비틀 조리 비틀 종다리처럼 쫑알대는
다섯 살
며칠 전
새해 인사차 집에
들러
내 귀에
파랑새처럼 소곤대는 말
"나는 주주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 좋아요"
(친가 할아버지 할머니 보다)
벌써
주판알 튕기며 손익을 계산하는
지능에 놀라
그런 지혜 어디 숨어있나 찾아봐도 모난 데 없는
둥근 박처럼
어여쁘다
피는 못 속인다고
더
크면
친가 들락거리느라
우리에겐
걸음 뜸할 터인데
고놈
고운 심성과 슬기로운 배려로
우리 서운하지 않게 처신하기를 바랄 뿐이지
사람
머리
별 차이 없는데
사람들이 생각하고 처신하는 간극 바라보며
두려운 마음으로
내 행실 돌아본다
2019.1.11.1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