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은 다시 출발하는 곳입니다.
걸음걸음
건강하시고, 웃음꽃 피우시는 행복한 설 명절 맞으십시오!^^**
섣달그믐
비 나려
꼼짝없이 집에 있는데
구순(九旬)의 모친(母親)
혼자
말씀,
사람은
젊을 적 삶
짧지만
나이들 수록
삶은
길고 멀어
속이 편해야 살맛 난디
썩을 놈의 세상.
장꼬방에 널은 생선
거뒀는지
콩나물시루에 물은
잘 주는지
잔소리 안 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며
듣는
이
반백 중년 아들뿐인데도
한시도
쉬지 않고
하던 말 하고 또 하신다.
눈곱만의 배려도 없는
이기(利己)의
걸음
멋대로
왔다 가는 세월의
말씀이리.
어느새
나도
대가리 든 것 반백 되어
하고 싶은 말
더듬거리고
가슴은 가난해
속도
없는데,
나갔던 빗자루도
집
찾아 온다며
수세(守歲)하는
오밤중
옹색한 품 파고들며
꼬박꼬박
언 손 내미는
섣달그믐.
- 시작노트 -
수세(守歲)는
음력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하여 등불을 밝히고 밤을 새우는 것을 말하며,
지나간 시간을 반성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통과 의례로 마지막 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란다.
내 어렸을 적
섣달그믐 밤이면
집안 곳곳에 등불을 켜 놓아 평소엔 깜깜하고 무섭던 화장실 가는 길도 밝아 좋았고,
마을 샘터까지 가는 길에
집집마다 등불을 하나씩 내어 달아 샘터까지 가는 밤길이 어둡지 않게 했었는데,
지금도 그런 풍습이 남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