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에서
열 살 너머
부석사 무량수전을 알았는데
쉰 일곱 반백에
구름 타고
곱게 나이드신 노신사를
만나 뵙고
터벅터벅
걸어서
소수서원을 보았다.
만남의 기쁨도 채 가시기 前
애견되는 別離
길가
버스 정류소에 앉아
사과 하나
만지작거리다
차마,
내 애인같던 농익은 사과를
덜렁
먹어치웠다.
어둠을 메고
주막에 들러
국밥에 소주를 마시고 나니
밤이
아름답다.
객지의 밤
외로움이 우르르 튀어나오는 508호
덜커덩
덜커덩
지축을 흔들며 기차가 지나간다
기차는
겨울 들판같은 내 가슴을
밤새도록
발가벗고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