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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가다보니

 

 

 

가다 보니

 

버스는 오지 않았다.

 

해는

깊은 숲 뿌리까지 중천에서 비추다가

사람 발길 뜸해지고

그림자 길어지는데

타야 할 버스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모르겠다며

막걸리 냄새가 콧등을 때리며

지나간다.

 

아마도

버스는 다른 곳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가 버렸나 보다.

 

목이 말랐다.

 

걸어가려면 또 한밤을 걷겠지

낯선 곳의 밤

외로우면 자위를 하지

그 후

쓸쓸한 술 취함을 슬퍼하노니.

 

찢어진 아픔이 이빨 사이로 나오려다

언뜻,

갈퀴 같은 손으로

한낮 애타던 얼굴을 만지니

돌멩이 두 개가 손에 잡혔다.

 

배가 고팠다.

 

가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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