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겨울 들녘은 황량했지.
전장터 사자처럼 누렇게 쓰러져
밤 마다
처절한 신음소리 삭풍에 들리었지.
그 신음소리
설한속에 핀 매화의 몸짓으로
우산을 쓰고
비가 내린다.
등 돌린 겨울을 배웅하는
내 가슴에 내리는 비는
그리움.
산 자에게
봄비는
그리움이고 말고.
뿌연 안개속으로 걸어오는
설레이는
사랑이고 말고.
바람은 창문을 흔들고
귓전을 울리는
소리
소리
소리.
겨우내
내 안에 자리했던 몹쓸 그리움은
이 봄
또
누구를 기다리며 목말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