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주막에서
주막에서
찌그러진 주전자를 흔들어
갈한 목
축이니
배아지가 불쑥 오르고
눈꺼풀이 무거워 지네.
아들의 기저귀를
갈아 끼우는 며누리와
양반 다리 하고 앉은 할아버지가
박수를 치며
안 쌀리 없지
안 쌀리 없지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시네.
손자는 오줌 싸고도
좋아라 하고
며누리 손길은
바쁘고
할아버지 입은
연신
함박 웃음이 넘치네.
또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네.
날씬한 주모가 미안해 하기 전
먼저 들어온
나는
자리를 비워줘야 하겠지.
시큼한 트림 한 번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기차를 타고.
밖은
눈 내리어
환하게 어두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