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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황홀

 

황홀

 

아담의 가슴에 달린 선악과를 양손에 잡고

이브는 

아담의 몸에 숨겨진

꿀단지를 찾기 위해

뱀의 긴 혀를 날름대기 시작했다. 

 

냉혈의 몸뚱어리가 된

이브는

뒤틀리는 허리 조여가며

아담의 

농익은 신음과

환희의 입을 열게 했다.

 

계곡에 바람이 일고

천 년을 기다린 바위틈엔

샘물이 흐르고

 

마른 골짜기 타고 올라온

비명이

메아리 되어

 

대가리를 박고

가거라

가거라

산을 넘는다.

 

해와 달이 떨어져

암흑의 세상

하늘은

비를 내리고

대지는

맥없어 주저앉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욕망의 늪에

 

검은 하늘 터진 틈으로

햇살이

벌거벗은 둘을 비추었다.

 

벌거벗음의 부끄러움에

이브는

사악한 눈웃음을 남기고

뱀처럼 감았던

아담의 삭신을 풀고

사르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아담은 이브가 그리워지면

그날

희열을 떠올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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