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전등사에서
대명포구 고깃배
낮잠을 즐기는지
한가롭다.
전등사 오르는 길
숨 가쁘고
땀 내려
찻집 솔잎차로
목 달래며
두 손 모으니
솔 향 속에
아련한 사람
내음이 난다.
언젠가
우리 만나면
염주 하나 사 달라던
늘
가시처럼 목에 걸린
인연
대웅전 처마 밑
숨은
나부상이
풍경(風磬)소리에
놀라
몸을 움츠린다.
만나고
떠남도
죄 인 것을......
해우소에서
내 안에
탐욕비웠는데
명부전
치성드린
가는 허리가 발길 잡는다.
검은 입
벌리며
산 그림자 내려오고
덩그렁
버려라
덩그렁
비워라
범종소리
바쁜 발뒤꿈치 따라오며
소리를 친다.
전등사 대웅전 처마 밑 나부상(벌거벗고 처마를 받든 여인)
-시작노트-
강화도 전등사는 단군의 세 아들이 축성했다는 전설이 있는
삼랑성안에 있는 고찰이다.
또한
전등사 대웅전 처마 밑 나부상은
전등사를 짓던 목수와 마을 여인이 눈이 맞아 공사가 끝나면 살림 차리려고
노임을 꼬박꼬박 여인에게 맡겼는데
어느 날
여인이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을 가 버려
그 여인을 발가벗겨 무거운 처마를 쳐들고 있게 했다는 전설.
과연
목수는 그 여인에게 죄를 빌라는 배려일까?
아님
세세토록 발가벗고 무거운 것을 들고 있으라는
증오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