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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서울 여행

(용산) 어렸을 적 추억이 담긴 새남터 천주교 성지

 

언제 : 2023년 5월 25일 목요일

어디 : 서울 용산구 이촌로 80-8 

 

 

사는 것이 때론 아주 황당하여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전철이

노량진에서 한강을 건너자마자 좌측에 혹은 용산에서 한강 철교에 들기 전 우측 유리창으로 보이는

 커다란 한옥 교회 건물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한국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14인이 사형을 당한

천주교 순교 성지인 새남터이다.

 

서부이촌동 땡땡거리

지금 천주교 순교 성지인 새남터 앞은 경부선, 호남선 기차가 오갈 때 도로 통행 차단기가 내려오며

땡땡땡 경보음이 울리던 땡땡거리였는데

지금은

땡땡거리 위로 고가도로가 놓여 땡땡거리를 건너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가도로에 오르니

철망 사이로 새남터 천주교회가 보여

약 60년 전

새남터 근방에서 약 1년간 살았던 기억과 이렇게 느지막이 찾은 무성의에 코끝이 시큰하였다.

 

사는 것이 아주 황당하여 때론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 고가도로에서 본 한강 철교로 출입하는 기찻길 -

 

 

새남터 순교성지 울타리에는 장미꽃이 곱게 피어

늦게나마 찾아온 나를 맞이해 준다.

 

 

새남터 순교성지(沙南基殉敎遺址)

 

한양성 밖 남쪽 한강변에 있는 새남터는

조선 초기부터 군사들의 연무자이자 국사범을 비롯한 중죄인의 처형장이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중국인 사제 주문모 신부의 순교 한 뒤

조선 천주교회 4대 박해(신유, 기해, 병오, 병인)를 거치면서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하여 

한국천주교 초대교회의 성직자와 평신도 지도자층들이 신앙을 증거 하며 

 성직자 11명과 평신도 지도자 3명이 순교하였다.

 

기해박해(1839) 때에는 앵베르(범)주교와 모방(나) 신부, 샤스탕(정)신부 등 세 성직자가 순교하였다.
병오박해(1846) 때는 김대건 신부 외에 현석문 회장이,
병인박해(1866) 때는 베르뇌 주교와 브르트니에르 신부, 볼리외 신부, 도리 신부, 푸르티에 신부, 

프티니콜라 신부 등 다섯 명의 신부와 평신도인 정의배 마르코, 우세영 알렉시오 등
두 사람의 평신도가 순교하였다.

 

그중 9명의 유해가 새남터 기념관에 안치되어 있으며,

기념관에는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비롯해 형구 체험실을 재현해 놓아 한국 천주교회의 슬픈 역사를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새남터 성당은 1950년 서울대교구에서 순교 기념지로 지정하였다.

 

이후 1987년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에서

지하 1층, 지상 3층의 기와건물과 목조 3층탑 형식의 종탑으로 구성하여 완공하고,

그해 9월 1일 축성식을 가졌다.

 

 

 

 

- 새남터 성당 전면 -

 

 

새남터 형장이 백사장이었음을 나타낸 모래판이 있다.

 

 

 

 

 

 

 

 

1층 새남터 소성전

 

아래 사진은

1층 소성전 복도와 2층 대성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전시된 유품들을

담았다.

 

 

 

- 프랑스 르망교구에서 보내온 기증품 -

 

성 시메온 베르뇌 주교가 태어나 자란

프랑스 르망교구의 예수고난회 관상수녀회가 한국 새남터 성당에 유물들을 기증하였다.

이는 성 베르뇌 주교의 선교로 이어진 한국과 프랑스 교회 사이의 유대를 증진하는 계기가 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관상 수녀 외의 정신과 역사가 한국에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관상 수녀님들의 기도와 삶이 묻어있는 십자가들을 통하여

우리는 성 시메온 뵈르뇌 주교의 고향인 르망의 사르트와 연결된다.

이는 선교와 순교로 연결된 보편교회의 일치를 드러내고 하느님과의 온전한 합일을 갈망하는

관상의 숨결이 새남터 성지에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 십자가들은 1876년부터

마메로스의 예수고난회 관상 수녀회 수녀들이 입회 때부터 가져온 것으로 

선종 때까지 소유한 유일한 물품이며 이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는 관상의 삶으로 초대받는다.

 

 

1869년 7월 26일,

성혈의 마리 수녀 피로 글을 새긴 특별한 나무 십자가

 

 

음악을 연주하는 천사들

기증 : 프랑스 르망교구 마메르스본당 사제

제작" 19세기 혹은 이전

 

 

 

 

 

 

2층 대성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복도에 비치된 그림

 

 

 

- 대성전 전경 -

2층 새남터 기념성당 대성전

새남터 대성전은 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기념해인 1984년 공사를 시작해서 1987년에 완공

성당의 전체적인 외형은 한복의 도련선을 본 따 치마를 겹쳐 이은 겹치마를 두른 형태를 구현했단다.

성당의 내부는 한옥 건축 양식을 연상시키는 구조를 목조가 아닌 콘크리트로 구현했다.

제단의 103위 성인벽화는 예수를 조선시대 임금의 모습으로 나타냈다.

 

 

 

- 제단의 103위 성인 벽화 -

 

 

- 대성전 후면 -

 

서울을 오가며

전철 유리창으로 보이는 새남터 천주교 성지를 볼 때마다 한 번은 찾아가 보려는 마음을 갖지만

더 나이 들기 전,

 오늘 찾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60년 전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진학하며 근처에서 1년을 살면서 

새남터가 김대건 신부와 관련이 있음은 알았지만, 얼마나 우리 역사상 관심의 장소인지도 몰랐고,

어쩌다 복자학교 운동장에서 공 차다 쫓겨났는데

오늘

이곳이 천주교 성지이며 관심이 있어 찾아왔지만,

내가 어린 나이에 1년 간 머물렀던 곳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방문이었다.

 

이곳을 떠난 60여 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았던가?

인생살이 파란만장한 삶이 아닌 사람 있던가만, 나 역시 웃고 울며 그렇게 살아 벌써 일흔이 지난

백발의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이곳에 와 어렸을 적 나를 추억할 수 있어 좋았고,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새남터에 대한 공부도 깊이 할 수 있어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