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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대구+경북 여행

(대구) 갓바위 :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八公山 冠峰 石造如來坐像)

 

-  팔공산 관봉 갓바위 전경 -

 

언제 : 2022년 8월 27일 토요일

어디 : 대구광역시 동구 갓바위로 229

 

 

불자는 아니지만

그렇게 유명하다는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慶山 八公山 冠峰 石造如來坐像 :보물 제431호)

일명 "갓바위"를 여태 가 보지 못해 직접 친견하고 싶어

더위가 한풀 꺾인 날 집을 나섰다.

 

07:30

KTX 서울역 출발

09:20

동대구역 도착

시간상 점심을 준비해야 해 집에서 커피와 비스킷 그리고 견과류를 준비했지만,

어느 분 블로그에서 동대구역 꽈배기 꼭 사 가면 좋을 것이라 해

나도 꽈배기 두 개를 사

09:40 

갓바위행 버스 401 승차하니 이미 차 안은 할머니들로 자리엔 앉을 수 없다.

금호강 아양교를 지나고 대구 국제공항도 지나 한적한 길에서 본

팔공산은 마치 독수리가 두 날개를 활짝 편 산세가 좋고 이 지역을 품에 안은 듯하여 아름다운 산이었다.

10:20

갓바위 종점에 내렸더니 도로 양쪽 단풍나무에는 벌써 가을이 와 있다.

 

 

- 버스 종점 - 갓바위 오르는 길 양쪽은 이미 가을이 와 단풍나무잎이 벌써 물들고 있다. -

 

 

- 팔공산은 갓바위 지역 - 동화사 지역 - 파계사 지역으로 나뉘네 -

 

 

 

10:20

갓바위 종점에 내려

관암사까지 올라가는데 벌써 체력의 문제가 생긴다.

2021년 11월 이후 망막의 이상으로 컨디션이 나빠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있을 것은 짐작했지만

겨우 30분 걸었는데 이렇게 빨리 숨이 턱에 차고 땀이 나다니

사람이 나이 든다는 것- 하루하루 나도 모른 사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

 

 

10:50

관암사 도착

휴식을 취하며 물도 보충하고, 관암사를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시설물이 우리가 자주 접한 건물들과 달라 자세히 보니 우리가 쉽게 본 조계종이 아니라 태고종이다

갓바위는

관암사에서 갓바위 오르는 1365계단을 놓았고 국가지정문화재로 등재하였는데,

소유권 분쟁으로 선본사로 넘어간 상태란다.

 

 

11:20

관암사에서 물도 챙기고, 힘도 나게 견과와 비스킷을 먹고

1365 계단길에 들었다.

 

이미 갓바위를 보고 내려오는 나보다 더 나이 많은 분도 보이고, 아주 연로하신 할머니들도 지팡이 짚고 오르시는데,

 내가 못 오르랴 단단한 각오로 힘 내어 계단을 올라선다. 

 

 

 

 

- 계단길 입구 -

 

계단길을 걷자 마자

누가 계단길을 만들어 사람들이 더 힘들지 않게 올라 갓바위 부처님을 뵈라고 그 수고를 했을까?

빈손으로 올라도 힘들 것을

무거운 돌을 지고 이 비탈길을 오르며 비투러짐 없이 안전하게 놓았는데

참 수고 많이 하셨고 감사한 마음이다.

 

- 세심정-

11:30

관암사 출발 겨우 10분 지났는데, 벌써 다리가 뻑뻑하여 이곳 세심정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여기까지 오는데 절도 여러 곳 있었고, 또 목적지인 갓바위에 가서 공양을 드릴 터인데, 여기도 조금 놓고 가라는

나이 든 여승 목탁 소리가 골짜기를 울리네.

 

 

 

마지막 쉼터일 듯싶은데, 쉬고 있는 내 앞에 도토리가 툭 떨어진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오대산 비로봉 오를 때 상암사에서 적멸보궁까지에 보이는 다람쥐는 잘 먹어 토실토실한데,

적멸보궁 위로 비로봉까지 다람쥐는 삐쩍 말랐었다.

적멸보궁까지 가는데 고운 심성을 갖기 위해 미물에게도 공양을 했겠지만-----

 

오늘 1365계단을 오르면서

다람쥐 한 마리 뵈지 않았지만, 혹시 도토리묵 쑤겠다며 누가 줍기라도 할까 도토리를 숲 속으로 던져

산짐승 먹이가 되라고 했다.

 

 

마지막 쉼터

오늘 팔공산행에서 처음으로 먼 곳을 조망했으나, 날이 좋지 않아 아쉽다.

5분만 더 가면 갓바위라는 할아버지 말씀에 갑자기 힘이 생긴다.

 

 

 이제 계단길을 힘차게 딛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저들도 나처럼 온갖 생각하면서 올라올 것이다.

나 역시

생전 처음 갓바위를 뵙는 일이지만, 또 하나의 감춘 비밀을 가슴에 담고 올랐다.

 

- 계단길에서 처음으로 본 풍경 -

 

 

 

 

 

 

12:20

 관봉 도착.

거의 너덜너덜한 상태로 관봉에 섰다.

감사할 것은  1365계단 어느 곳 한군데 삐뚜러 짐이 없이 반듯하게 돌이 놓여 오르면서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래야 할 이유는

이곳은 남녀노소가 이 계단을 올라 기도 드리는 곳으로,

만일 돌 하나라 잘못 놓여

나이 드신 분들이나 어린아이들은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올랐다.

한 시간이 더 걸리지만 갓바위 부처님께 꼭 가야 할 이유는 성심을 다해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전설이 13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신봉하려는 마음으로 자리 잡아 절하기 전엔 먼저 불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70이 넘도록 살면서 불교가 발전한 동남아 등 많은 곳 여행도 했는데, 아직 불상에 엎디어 절 해본 적은 없는데,

오늘은 절뿐만 아니라 기원도 드려볼 요량이다.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八公山 冠峰 石造如來坐像)

638년에 원광(圓光)의 수제자인 의현이 그의 어머니를 위하여 조성하였다는 석조여래좌상은

세련된 이목구비와 자비로운 얼굴이 잘 조화를 이룬 격조높은 불상으로서 머리에 커다란 갓을 썼다 하여 "갓바위"라고도

부르는 이 불상에 불공을 하고 소원을 빌면 효험이 많다고 하여 참배객들이 언제나 끊이지 않는다. 

 

앞에는 많은 사람이 저 힘든 1365계단을 올라 이곳에 엎디어 기원을 하고 있다.

존재하는 사람 모두는 모두의 바램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하느님께, 누구는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용기를 얻어 쓰러지지 않고 거친 사바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선 이 세상을 "고해(苦海)라고 하지 않던가!

 

 

중앙 좋은 자리라고 여기는 곳은 여지가 없어

오른쪽 귀퉁이 한 곳에 배낭과 카메라 그리고 스틱을 놓고 신발을 벗고

드디어 

부처님을 바라본다.

 

처음 본 순간

 대웅전에서 뵌 부처님들은 자애롭고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더만,

갓바위 부처님은 굳게 다문 입술에서 근엄함과 자애로움이 깃들어 보이고,

보관 위 푸른 하늘에선 연꽃 향기가 감도는 듯하고  내가 너를 안아 주마! 라는 느낌이 들었다.

 

- 부처님을 반듯히 모시니 계단이 삐툴어진다. 다시 공사한다면 바로 잡아야겠다.-

 

 

이미 가운데는 자리 없어

오른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서서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가난했던 내 가슴이 뜨거워지며 왜 이러는지 이유도 모르지만 메마른 내 눈에 눈물이 나올 듯싶다.

아무도 없다면 소리 내어 울고도 싶다는 마음으로 절을 올렸다.

 

살다 보니

나이 들어 내가 만일 신앙을 갖는다면에 어떤 신앙을 가질까? 부딪힐 때마다 부질없는 짓이라며 머리를 흔들었고,

어쩌다 성당, 교회 그리고 절, 사원에 들렀을 때마다 내 마음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편안했던 곳은 부처님의 자애로운 미소였다. 

 

엎디어 절하고 손 모우는 격식은 중요하지 않다.

두 손 모아 무릎 꿇고 절하고 일어서서 가슴에 담았던 소원을 빌고 다시 엎디어 절하고 일어서서

소원을 빌고

바라는 것은 두 개였는데, 나에 대한 것은 포기했다.

 

내 평생 처음으로 부처님 앞에 엎디어 소원을 빌었다.

임제 스님은 “바로 지금, 여기일 뿐”-

부처님과 옛 조사 스님들의 “현재를 살라”라고 일러 주신 가르침이 무엇인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