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추억
영천 시장 지나
고불고불 긴 골목 오르막
끝
창 열면
뻘건 벽돌집
외마디 비명 들리고
밤새
호랑이
등에 올라 천지를 쏘다니다
오백 년
성벽에 갇힌 건너편 인왕산
높았다
자고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쩌렁쩌렁한 말씀 귀청을 뚫고
뇌에 박힌 체
연탄가스
배인
숨가뿐 길 올라 불 꺼진 방문 열면
우르르
몰려나오는 부모 형제 친구들
아둥
바둥
살다 보니
오래
오래
잊었는데
어느새
돋보기 낀 반백
고불고불 오르막 오르며 허우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