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하던 날
내일
비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고구마 순 심자고
지난밤
작은딸과 사위가 아낼 데리고
가
일요일
아침
세탁물이 많아 두 번이나 세탁기를 돌렸다
세제
넣고
처음 돌릴 때 탈수하지 말고
한 번 더
돌리면
세탁이 깨끗하게 잘 되는 나만의 비밀
베란다
창문
열고
잔뜩 흐린 공중에 세탁물
털어
널면
가을 하늘
동해 푸른 물결
눈 내린 들녘 보는 듯
기분
좋다
새싹은
동토에서 살아 대지 뚫은
순간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야 하는
거룩한 산고라면
꽃망울
툭
터지는 것은
찬란한 만남을 위한
목숨
건
순간이다
살면서
수시로
애태우며
정결하고
향기로 와 지고 싶음을
갈구하면
성자는
거듭나라고
말한다
더러운 옷
양잿물 넣고 푹푹
삶아
너 죽고 나 살자며 방망이 두드려 빨고
말린
빨래처럼
그렇게라도
나를
다듬어
바람에 살랑이며 말라가는 세탁물 하나하나가
나이
든
나를 보듯
아카시아 향기
넘치는
봄과 함께 초연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