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88호 :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곱향나무)
(順天 松廣寺 天子庵 雙香樹)
언제 : 2019년 4월 20일 토요일
어디 :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천자암길 105 (이읍리)
처음 블로그를 접하던 2005년,
다른 분이 올린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 사진을 보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송광사와 선암사 산길을 걸어본 적도 있고 다른 절에 비해 정감이 가는 두 절이라
언젠가 송광사를 가게 되면 천자암을 찾아 쌍향수를 만져보리란 생각을 가졌고 곧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정작
송광사와 선암사는 몇 번 들렀음에도 천자암을 찾아가지 못하고
어언 15년이 지났다.
남도는 이미 봄 가운데 선 날.
목포 사는 막내 동생과 모처럼 1박 2일 여행 기회를 갖게 되어
첫 여행지로 천자암을 택해 순천시 송광면 이읍리를 통과하여 차가 갈 수 있는 곳까지 차로 이동한 후,
45도 가파른 산길은 걸어서 오르는데 땀 범벅이 되었지만
천자암 쌍향수를 본다는 기대감으로
천자암에 닿았다.
산에는 이제 유록들이 초록으로 변해가고 길가 야생화들이 곱고
산벚꽃이 수채화처럼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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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암 가는 길
천자암을 송광사에서 오르면 차를 이용할 수 없으니
송광면 이읍리에서 천자암까지 가는 차도를 이용하는데 경사가 45도 정도이고 도로 상태도 좋지 않아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야생화와 산벚꽃을 보면서 약 20여 분 땀 흘려 오르면 천자암에 닿는다.
살아있는 것은 나름의 형상이 있다.
천자암 가는 길에 본 이 나무는 똑바로 자라다가 어떤 이유로 허리를 굽혀 가지들을 펼치고 있어
우리의 삶도 그럴 수 있기에 담아 보았다.
많은 사철과 암자를 다녀 보면
나름 신도가 많거나 살림이 좋으면 차도도 잘 닦여 있는데, 이곳 천자암 오르는 길은 차도는 있으나
차로 오르기엔 위험하다.
그래서
얼마나 가파른지 물건을 옮기는 케이블카가 따로 설치되어 있다.
▲
법종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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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간을 통해 천자암에 닿는다.
▲
천자암
두 손 모아 부처님께 절하고 오늘 하루 제 발길을 잘 지켜달라고 빌었다.
긴날을 고대했던 쌍향수가 천자암 뒤로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은 백 년을 살지 못하면서 수많은 사연에 울고 웃는데,
이 쌍향수는 800년이 넘도록 높은 곳에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는지 쌍향수를 보자마자
세월의 흔적과 삶의 애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쌍향수의 겉모양은 엿가락 처럼 비틀어져 가지를 하늘로 올리고 있지만,
기상과 기백은 철철 넘치고 있다.
두 손 모아
쌍향수를 향해 당신을 친견하기를 고대했는데 지금 당신 앞에 섰으니 무한 영광이라며 멋진 모습 보여달라며
절을 올리고,
쌍향수 아래 샘물 한 바가지 마시니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이 달콤하다.
송광사를 품고 있는 조계산은 해발 884m이며, 천자암은 조계산 남쪽 줄기 8부 능선에 있다.
놀라운 것은
천자암 주변이 곱향나무 자생지도 아니고 잘 자랄 수 있는 조건도 아닌데
800여 년이 넘도록 기상과 기백이 마치 황산벌 계백과 같아 쌍향수가 정말로 보조국사가 꽂은 지팡이가 생명력을 얻어
이런 기적을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신비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어
아래에서 사진을 담으려니 사진 담기가 쉽지 않아
나한전으로 올라가 전체를 담으려니 공간이 없어 아래 사진처럼 두 번 담으니 자세히 볼 수 있다.
참으로 기이하다.
어쩌면 두 나무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엿가락처럼 비틀어 올라 공중에선 마음대로 유영하며 가지를 뻗어
하늘과 공감하며 살고 있는가.
▲
쌍향수 하단과 상단을 나누어 담았다.
승보 사찰 송광사에는 아껴 놓은 3가지 명물이 있단다.
첫째 : 비사리 구시 - 국사전 한켠에 있는 "비사리 구시"는 우선 크기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1724년 남원 세전골에 있던 큰 싸리나무가 쓰러지자 이것을 기공하여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송광사 대중의 밥을 담아
두었던 것으로 쌀 7가마분의 밥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들째 : 능견난사 - 절의 음식을 담아 내는 일종의 그릇인 "능견 난사"는 크기와 형태가 일정한 수공예품으로
그 정교함이 돋보인다.
셋째 : 쌍향수 - 곱향나무로 불리는 송광사의 명물 쌍향수는 조계산 천자암 뒤뜰에 있다.
송광사의 곱향나무 쌍향수는 나이가 약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12.0m, 가슴높이 둘레 4.10m, 3.30m이다.
두 그루가 쌍으로 나란히 서 있고 줄기가 몹시 꼬인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 보조국사(普照國師)와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나란히 꽂은 것이 뿌리가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랐다고 한다.
담당국사는 왕자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나무의 모습이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절을 하고 있는 듯하여 예의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한손으로 밀거나 여러 사람이 밀거나 한결같이 움직이며,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極樂)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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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0일 담은 쌍향수
2005년에 담은 쌍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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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쌍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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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대하던 쌍향수를 친견하는데 마음은 울렁거렸으나
한편으로 마음 불편했다.
그 이유는
800년이 지난 인간의 의지를 벗어난 자연의 선물인 거대하고 기이한 쌍향수가 서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았다.
바람이 마음대로 오고가고
햇볕도 잘 들게 공간을 배려했어야 했는데 천자암 지붕과 나한전 지붕이 쌍향수와 닿고 햇볕도 가리며
서 있는 공간도
고령의 쌍향수가 서 있기엔 좁았다.
나무는 햇볕이 드는 남쪽으로 가지를 뻗는데 이곳 쌍향수는 그러하지 않게 보였다.
이렇게 소중한 쌍향수를 우리 후손 대대로 볼 수 있게 하려면 더 많은 관심과 잘 견딜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내가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15년을 고대하던 쌍향수이지만, 잠시 둘러보며 사진에 담고는 또 떠나야 한다.
삶은 그러하다.
자연에 비하면 너무 짧은 순간일 수 있으나 모든 것이 이별하는 것이다.
어쩌면
꽃이 피긴 힘들어도 지기는 너무 쉽다는 어느 시인의 글처럼
우리 삶이 그러할 것이다.
부디 오래오래 잘 견디며 빛나기를 바라며 하산길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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