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이라면
차츰
잃어간다는 것은 나이 듦이다
나이 듦은
욕망에서 멀어지는 초연(超然)이며
강물 같은
자유이며
농밀한 삶의 절절함이다
겨우내
동토의 시련을 견디어 낸
생명은
햇살에
찬란하게 꽃 피운다
꽃이
기다림과 외로움의 상처라면
징한
그리움의 절규이며
고개
돌린
마지막 용서의 카타르시스
둥근
밤
봉창에 휘청거리는 대나무의 향락이다
고목에
핀
꽃 향기 밀려오는 오밤중
차마
눈 뜰 수 없어 정좌한 등 굽은
노승처럼
골 깊은
삶
부질없다는 것 알고
스스로
사위는
황혼의 애틋한 석양처럼
사랑할 수 있을 때 절절히 사랑하다
감사히
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