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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대구+경북 여행

(예천) 더 머물고 싶었던 명승 제19호 선몽대(仙夢臺)

 

더 머물고 싶었던 명승 제19호 선몽대(仙夢臺)

 

 

 


언제 : 2019년 3월 2일 토요일

어디 :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백송리

 


선몽대 오려거든 겨울이 아니었음 좋겠다.


노송 아래 그늘막치고

 해가 지도록 강물 따라 하얀 모래밭 걷고 걷다가 이마에 땀 나면 강물에 몸 담그고

솔바람 아래 솔송주 적당히 취하여 시 한 수 읊으면

이곳이 선경이 아닐런가. 

 

선몽대는 유학자 이열도가 지선(地仙)이 되기를 꿈꾼 선경(仙境)이자 뭇 선비들이 흠모했던 별서정원으로

  예전에는 '선대동천(仙臺洞天)'의 명승지이다.


동천신선은 도교적 이상향의 절대적 2대 구성요소로,


동천은 극가경(極佳景)의 자연 풍광을 상징하고,

지선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극품위(極品位)의 인격 세계를 상징한다.

 

택리지, ‘산수는 정신을 즐겁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만든다.

촌스럽지 않으려면 10리 밖, 혹은 반나절쯤 되는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 있어서

생각날 때마다 그곳에 가서 시름을 풀거나, 혹은 유숙한 다음 돌아오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선몽대가 그러하다.


평사낙안(平沙落鴈) 형국이란 넓은 모래밭에 내려앉는 기러기를 뜻한다. 



 




선몽대 송림 



 ▲

선대동천(仙臺洞天)

"선몽대가 산천에 둘러싸여 훌륭한 경치를 이루고 있다."란 뜻



 

(모셔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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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영주와 봉화 지역에서 발원한 내성천이 남쪽으로 흐르다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곳으로

저 끝 지점이 내성천이 우측으로 휘돌아가는 회룡포일 듯싶다.



 ▲

산하호대(山河好大)

"산이 좋고 개울은 크고 길다."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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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과 송림

 ▼

 


선몽대는 하늘로 솟아오른 푸른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강희안(姜希顔,1417~1464)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소나무를 숭산(嵩山)에 심으면 바다의 정기가 몸안에 고이고 해와 달빛이 비쳐 봉황새가 날아와 쉴것이며 

나무아래에는 샘물이 소리를 내어 흐를 것이고 신령스러운 바람이 아름다운 피리소리를 무색하게 할 것이며 

곧은 뿌리는 땅 속 황천의 깊이에 이르고 가지는 뻗어 푸른 하늘에 닿을 것이다. 

줄기는 명당의 기둥감이 될것이고 이는 많은 나무중의 으뜸이라.”고 해서 

소나무의 자리가 한 없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암(遇巖) 이열도(李閱道, 1538~1591) 유적비

퇴계의 종손이자 문하생


1576년 등과 후, 박사, 감찰, 정랑(正郞), 도사(都事) 등 청환(淸宦)을 역임하였으나

마침내 의롭지 못한 일을 보고는 숙연히 벼슬을 버리고

이곳 동천에서 운학을 벗 삼아 독서자적(自適)하였다고 간략히 적혀 있다.



선몽대


솔은 늙고 대는 높아서 푸른하늘에 꽂힌듯하고

흰 모래와 푸른 벽은 그림으로도 어려운 것 같네

내가 지금 밤마다 신선처럼 꿈속에서 노닐었으니

전날에 나아가 구경함이 버성기었음을 한탄하지 말라

                                       -퇴계 이황-


 ▲

유선몽대(儒僊夢臺)

선몽대 솟을대문 현판



 


옥같은 구름과 구슬 같은 달이 빈 대(臺)에 비치는데

유묵(遺墨)을 새로 새기니 그림 같구나

늘이 대에 올라 신선의 꿈을 꾸고자 하니

주인이 나를 기다려 드리웠던 발을 걷는구나

                                   -한음 이덕형-



 ▲

선몽대 계단

자연 암반을 있는 그대로 깎아 만든 돌계단은 신선만이 딛고 오를 수 있는 계단이다

 

 

선몽대에서 본 내성천

선몽대 일원의 내성천도 회룡포 일원의 내성천처럼 2009년 영주댐 건설 전에 비해

물길은 절반이나 줄었고,

백사장 곳곳엔 갈대와 이끼, 잡초, 잡목 등이 모래를 대신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자연 암반 위에 올린 정자


선몽대에는 서애 유성룡, 약포 정탁, 학봉 김성일, 청음 김상헌, 한음 이덕형 등 많은 거유(巨儒)들이 

이곳을 거쳐가며 지은 시들이 걸려 있다는데 문이 잠겨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주변 암반을 이용하여 정자를 올렸다.


 


  

주인이 능히 스스로 맑고 빈 곳을 점쳤는데

낭원과 현도가 이보다 못하도다

꿈을 깨고 몇 번이나 대(臺)위에 누워서

하늘에 찬 달과 별을 보았을까

                    -약포 정탁-

 

 



반쯤 드리운 솔 그림자 푸른 공중에 기울어져

좋은 술을 두루미로 대하니 오늘 흥치가 어떠할까

자네를 빙자해 다시 유(儒)와 선(仙)의 글을 들으니 

문득 세상 인심이 이 땅에 성근 것을 깨닫겠네

                                   - 학봉 김성일- 


 

 


높은 대에 올라보니 공중을 의지한 것 같구나

고기 잡고 낚시질하는 것, 나는 그러하질 못 하였네

꽃이 뜰에 떨어지니 봄이 이미 늦었는데

푸른 주렴 솔 그림자가 다시 소조(蕭條)하도다.

                                  -서애 유성룡- 


 

 


우암(遇巖) 이열도(李閱道)


옛 사람의 가르침 헛된지 오래지만 남긴 뜻 아직 있어 내 마음 같구나

작은 집 처마기둥 이제야 완성하니 성근 인정 때문에 떠돌지는 않았으리

작은 정자 오뚝하니 물속에 어리고 나루 멀리 넓은 하늘 훤히 트였구나

오리와 노을은 온갖 자태 빚어내고 늦바람에 가을비 부슬부슬 내리는구나

산자락 물가에 우뚝하게 솟았으니 안개대문 솔 창문 비단과 같구나

스님과 같이하여 자리는 조용하니 세속인연 적음을 요즘에 깨닫네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의 강화를 반대한 척화파의 거두였던

청음 김상헌(1570~1652)의 한시(漢詩)


노송과 높은 누대는 푸른 하늘에 솟아 있고
松老高臺揷翠虛
강변의 흰 모래와 푸른 절벽은 그리기도 어렵구나
白沙靑壁畵難如
나는 이제 밤마다 선몽대에 기대서니
吾今夜夜凭仙夢
예전에 이런 경치 감상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지 않노라
莫恨前時趁賞疎

 

 



선몽대에서 보면

십리에 이르는 하얀 모래 백사장이 좌우로 펼쳐지고,

백사장 건너편으로는 나지막한 야산이 자리 잡고 있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한나절 걸으면

하회마을 부용대가 있고, 내성천 따라 내려가면 회룡포 회룡대가 있어 며칠 머물기엔 좋을 듯 싶다.



선몽대 머물며 


솔바람에 책 읽고

솔향에 묵상하며 마음을 다스리다 


천둥 번개 이는 밤이면

십 리 백사장 걸으며 마음을 달래고


강물에 몸담아

홀로 몸 여미는 달님 불러 송엽주 주고받다


먼동 뜰 때까지

덩실덩실 춤추고 싶다




가는 곳마다 좋지만

유독

내성천 십 리 백사장과 어우러진 송림 그리고 암벽 위에 놓인 선몽대가 마음에 들어

쉬 발길 돌리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