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 제51호 : 예천 초간정 원림(醴泉 草澗亭 園林)
언제 : 2019년 3월 2일 토요일
어디 :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죽림리
여행하다 보면 계획대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혼자라면 의지대로 여행 일정과 경로를 바꾸는데 문제가 없지만, 동행이 있다면 달라진다.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예천 금당실 마을과 송림을 보는 것이었는데,
병암정을 보고 나와
동행인의 해외 출장이 연휴 다음날 새벽이라는 긴급 전화를 받고 내일 일정을 확인하다
용문면 금당실을 지나쳐 초간정 원림까지 와 버렸다.
금당실 마을은 가까우니 다시 내려가서 돌아보고 오면 되는데 해외 출장 일정이 긴급하니
금당실 마을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였다.
초간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을 저술한
조선 선조 때 학자인 초간 권문해가 1582년(선조 15)에 지은 정자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12년(광해군 4)에 재건하였는데 1636년(인조 14)에 다시 붕괴되었다.
후에 권문해의 현손이 정면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 기와집으로 다시 세웠다.
초간정은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 1534∼1591)가 소유했던
조선시대 우리나라 고유 형식의 별서정원으로, 명칭은 그의 호에서 유래하였다.
용문면에서 경천호 방향 약 4km 가면 좌측으로 깊게 패인 계곡 하천은 암반지역을 굽이쳐 흐르는데
하천이 굽이도는 위치에 초간정이 자리하고 있다.
▲
석조헌(夕釣軒)
초간정 전면의 현판은 초간정사이나 후면의 현판은 석조헌(夕釣軒)으로
"저녁에 낚시를 드리우며 여유와 풍류를 즐긴다." 라는 의미란다.
금곡천 상류는 큰 저수지가 있어 사철 물길이 좋으며
주변에는 송림이 우거져 솔바람과 솔향이 너울대는 곳에 초간정이 자리하니
여름에는 무더위를 식히며 휴식을 갖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
봄에는 꽃이 피어 좋고,
여름에는 송림이 우거져 그늘이 좋고, 가을에는 오색 단풍이 물길따라 물들어 풍광이 아름답고,
겨울엔 초간정 지붕에 하얀 눈이 내려
언제라도 아름다워 휴식을 갖기엔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다.
▲
▼
▲
▼
▲
▼
▲
▼
▲
▼
▲
▼
《대동운부군옥》
20권 20책으로 은나라 음사부의 《운부군옥》을 본떠 단군에서 조선의 선조까지의
사실을 지리, 역사, 문학, 철학, 인물, 예술, 풍속 등 다방면에 걸쳐 총망라한 방대한 저작이다.
초간은 이외에도 초간정 원림에서
《초간일기》, 《초간집》, 《선조일록》, 《신묘일기》 등 많은 저서를 남긴다.
《대동운부군옥》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쓰인 것으로 선조 이전 우리 조상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며,
이 책의 판각이 보물 제878호로 지정되어 있다.
▼
▲
초간정 계자난간에서 본 송림
▲
초간정 계자난간에서 본 금곡천 암반과 소
▼
이런 곳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솔향 좋은 술에 취하여 솔바람 소리에 잠들고, 새벽녘 어쩌다 계곡 물 내리는 소리에 잠 깨면
봉창 틈으로 들어온 가냘픈 달빛과 노닥거리다
이른 아침 산책길 나서고 싶은데,
그런 행운이 내 생애 주어질까?
▲
초간정
암반 위에 새겨진 草澗亭 각자와 반영이 좋다.
▲
출렁다리 위에서 본 초간정 방향
▼
▲
출렁다리 위에서 본 금곡천
겨울 풍경이 이러한데 한여름의 이곳 풍경은 어떻겠는가!
▼
▲
겨울 숲 사이로 본 초간정
겨울이 아니면 숲에 가려 보이지 않을 초간정
▼
동행인의 해외 출장 문제로
나 혼자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동행인에게 먼저 귀경하여 출장 준비를 하라며 귀가를 종용했으나
내일 문경 새재 트레킹을 마치고 일찍 귀경하자는 의견에
돌아보지 못한 금당실 마을과 석송령 그리고 용문사 등은 다음 기회에 오기로 하고
경천호와 여우목고개를 지나 어제 묵었던 문경온천으로 간다.
초간정은
송림이 우거진 금곡천 기암괴석 암반 위에 축대를 쌓아 그 위에 정자를 앉혔는데,
정자 후면 마루 끝에 설치된 계자난간에 앉으면 암반 위를 흐르는 계류의 모습과 초간정을 지나며
깊은 소를 이루었고, 10m 직진하여 흐르다
물길은 암벽에 부딪히며 90도로 꺾여 송림 우거진 사이로 흘러 나가니
정자가 앉으면 가장 멋들어질 자연의 조건들이 갖추어진 곳이다.
문경온천으로 오는 길에
경천호에 비치는 산봉우리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사진을 담고 싶었지만, 나 혼자 기분을 내기 어려워
그것 마저 말 못하고 지나쳤다.
'牛馬처럼 걷는 대구+경북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경) 사적 제147호 및 명승 제32호 : 천혜의 요새 조곡관과 도요토미의 조선침략 명령서 (0) | 2019.03.28 |
---|---|
(문경) 사적 제147호 및 명승 제32호 : 문경새재 영남 제1관 주흘관 (0) | 2019.03.25 |
(예천) 병풍 바위 위에 앉은 병암정(屛巖亭)과 별묘(別廟) (0) | 2019.03.18 |
(예천) 더 머물고 싶었던 명승 제19호 선몽대(仙夢臺) (0) | 2019.03.15 |
(예천) 명승 제16호 회룡포(回龍浦)와 천 년 고찰 장안사(長安寺) (0) | 2019.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