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숲길과 화랑대역
언제 : 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어디 : 서울 노원구 공릉동 경춘선 숲길
문득
삶이 순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길을 나선다.
미세먼지가 뿌연 월요일,
오늘은 옛 경춘선과 화랑대역을 공원으로 조성한 경춘선 숲길을 찾아갔다.
화랑대(花郞臺)
육군사관학교의 별칭이 화랑대인데,
1968년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육군사관학교 견학을 갔었는데,
그때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이 있다.
청소년기의 내 꿈은
용감한 군인으로 훌륭한 장군이 되는 것이기에
남다르게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행동과 학교 시설을 눈여겨보았으나, 사관학교 시험에 실패하여
아직도 가슴엔 아쉬운 꿈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바람 차지만,
녹슨 철길 위를 걸어보고,
철로의 방향을 바꾸는 철도분기기도 보고, 칙칙폭폭 증기 기관차와 협궤열차 그리고 서울 거리를 누비던
초창기 전차도 보며
멀리서나마 육군사관학교를 바라보며 회한에 젖어보았다.
기억과 꿈을 땀은 경춘선 숲길
Gyeongchun Line Forest filled with Memories and Dreams
경춘선은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철길로,
춘천 상인이 중심이 된 번영회에서 1926년 2월 "경춘철도 기성회" 를 조직하고 4년간 공사를 벌여 1939년 완공한,
우리 스스로 민족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건설한 특별한 철도이다.
서울 시가지가 확장됨에 따라 출발역인 성동역(현재 재기동역 근처)에서 성북역 구간이 철거되었고,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성북역(현 광운대역)~갈매역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청량리역과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쓰임이 다한 경춘철교~담터마을(서울시계)구간에 경춘선 숲길 공원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옛 경춘선 중 서울에 위치한 마지막 간이역인 (구)화랑대역이 있는데,
역사는 근대 건축양식의 목조건출물로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되어 있다.
개통 당시에는 "태릉역"으로 불리다 1958년 육군사관학교가 이전해 온 후 화랑대역으로 바뀌었다.
경춘선이 70년간 근대산업 문화유산의 현장을 간직하여 많은 사람에게 옛 기억과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고,
서울에서 철길 원형이 가장 길게 남아 있는 특성을 설계 모티브로 삼아 철길 원형을 보존하고
정원과 산책로, 지역주민의 문화공간을 조성하여 2017년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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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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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역으로 들어가는 군인
1970년대 초 유지인 주연 "그대의 찬손" 에서 남자 친구 이수영(어니언스 맴버)이 육군사관생도였는데,
그때 어니언스의 "편지" 가 최고의 히트곡이 되었다.
언뜻
그 영화가 생각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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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역으로 진입하는 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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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역 철길
철로 위를 걷는 일은 쉽지 않은데,
다행히 옛화랑대역은 경춘선 숲길과 함께 공원화 되어 멋진 추억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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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역 출발하는 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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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터너스
참 예의가 없다.
좁고 척박한 터에 뿌리 내려 죽지 않고 살았으면 감사히 생각하며 조신을 잘 해야 할 터인데,
공중은 공짜인 듯,
누구 보라고
가랭이 찢어지게 벌리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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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전차안내도
우리나라에서는 1899년 5월
서울 청량리와 서대문 사이를 오고 가던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양반이 타는 상등 칸과 일반 백성이 타는 하등칸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한 칸에 40명이 탈 수 있는 규모였다.
초창기의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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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차는
1968년 11월 29일 마지막으로 운행이 중지 되었는데,
그날 학원에 갔다가 귀가하느라 용산까지 전차를 타고 왔는데 그날이 마지막 운행인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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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부터 1968년까지 실제 서울 시내를 운행했던 '전차 381호'(등록문화재 367호)
서울에 남아 있는 두 대뿐인 전차 중 하나
(Daum에서 모셔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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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궤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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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칸과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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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친구가 지금 안산 해안 부대에 근무하여
친구 면회가느라 소래역에서 협궤열차를 타고 옛 군자역에 내려 다시 들을 건너 친구 면회를 했는데,
그해 겨울에 협궤열차를 탄 추억이 있다.
협궤열차는 교통량이 적은 지방철도로 사용되었으나, 교통이 발달한 뒤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원과 인천의 송도역을 잇는 수인선(水仁線)과 수원과 여주 간을 잇는 수려선(水驪線)이 있었다.
이중 수인선이 안산의 상록구 본오동과 단원구 원곡동을 지나갔다.
수려선은 1972년 3월 31일 폐선되었으며,수인선은 경제성이 낮아져 1995년 12월 31일 폐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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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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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운행되었던 전철이 아니라
전시용 러시아 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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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신호등
3가지 색 신호등으로 기차가 역에 진입해도 되는지 멈춰야 하는지 표시하는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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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제2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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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역 경춘선 철로
우측에 육군사관학교 제2정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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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제2정문을 지나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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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역을 출발하여 춘천으로 가는 기찻길
- 1980년 10월 31일 -
회사 근무를 마치고
플라타너스 가로수 잎이 떨어져 뒹굴고 있는 태릉길을 걸었다.
보도 위에 떨어진 플라타너스 마른 잎을 무심코 구둣발로 찼는데 옆에 걷던 동행인의 말이
아직도 귀에 머물고 있다.
"플러터너스 나뭇잎이 메말라 보도 위에 떨어진 것도 가슴 아픈데, 그 잎을 이유 없이 구둣발로 차느냐!
가만 두어도 바람에 날라 어디론가 가 버리는데!"
그리고
12월 7일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사실 잊고 있었는데,
나이가 드니 잊어버렸어야 했던 일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리다.
그러나
오늘은 그날이 생각나 화랑대와 태릉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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