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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강원 여행

(영월) 단종애사(端宗哀史) -5. 단종의 유배길 (솔치 - 어음정 - 역골 - 주천)

 

단종애사

5. 단종의 유배길

솔치 - 어음정 - 역골 - 주천

 

 


 

 

언제 : 2018년 9월 25일 화요일

어디 : 강원도 영월군 단종의 유배길

 


 원주 싸리치 옛길을 넘어 황둔마을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고갯마루가 보이는데,

느낌상 솔치라는 것을 알았다.


솔치 부터는 영월군에서 "단종대왕 유배길"을 통곡의 길 - 충절의 길 - 예절의 길로 구분하여

단종의 흔적이 있는 곳은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 표지석 세워 놓아

관광객에게 편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단종의 유배길을 찾아갈 수 있는데,

걷지 않으면

옛길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길은 역사이며, 영혼을 깨우는 울림이다.

길은 걷는 자의 몫이기에 많은 사람이 자유와 무소유를 노래하며 길 위의 삶을 산다.

그래서

 길 위에 선 사람들은 자유롭다.

명상과 참선의 세계에 몰입하기도 하고, 무념무상에 젖기도 한다.

 

단종의 유배길은 한과 아픔이 서린 회한의 길이다.

길을 걸으며

그 길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길을 닦고,

자신과 소통하고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원주 싸리치를 넘으니 요즘 찐빵으로 이름난 황둔마을이다.


요즘이야 고속도로나 국도가 잘 발달하어 옛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어떤곳은 지나쳤다가 되돌아가 옛길을 찾아

가기를 한다.

황둔마을에서 앞을 바라보니 산마루가 보이는데

 저곳이 솔치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아 황둔 마을을 벗어나

옛길 한쪽에 "비운의 왕 단종, 영월 땅에 그 첫걸음을 내딛다."란 표지판을 발견했다.

마치

 낯선 곳에서 가이드를 만난 듯 반갑다.





국도를 벗어나 솔치 옛길도 도로포장을 하여 좋다.

노란 루드베키아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다. 루드베키아 꽃말 "영원한 행복" 우리말은 천인국(天人菊)


길가에 혼자 우두커니 피어있는 노란 루드베키아 꽃을 보니

 왠지 마음 짠해지고

안아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러나

표지판이 있다고 해도 문제는 옛길을 걸어야만 다음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데,

차가 있어

솔치 옛길을 벗어나 국도를 달리다가 너무 지나친 듯싶어 근처 상점과 마을 젊은이에게 어음정을 물으니

주천은 아는데, 어음정은 모른단다.


어떻게 아주 작은 어음정 팻말을 찾아 이정표가 가르킨 방향으로

한참을 산길로 들었다가

잘못됨을 알고 다시 나와 솔치 방향으로 가다가

마침 반듯하신 노 선배님께 어음정을 물으니 예전에 산책 삼아 어음정을 자주 다니셨다며

솔치 방향으로 가다가 물미 공원 이정표를 따라 가면 그곳이 공동묘지인데,

 그 아래에 어음정이 있단다.





어음정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그곳에서 약 1시간을 보내고

겨우

어음정 이정표를 발견했다.



 △

어음정을 찾아 가는 길에 멀리 치악산이 조망된다.







 △

 




  





 


어렵게 찾은 어음정에서 유배길의 단종이 느꼈던 서러움과 고통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점심때가 지났기에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역골을 찾아간다.



 △

역골로 가는 옛길인데,

차가 다닐 수 없어 다국도를 달려 역골을 찾아 간다.




3. 역골

영월군 주천면 신일리로 어음정에서 약 3.4km에 있는 곳이다.



역골로 가는 옛길을 찾다 포기하고 돌아 나와

주천에서 영월군에서 올린 사진을 보니 조금 전에 지나왔던 정자였네.


그러나

다시 돌아갈 이유 없다.

주천면 소재지에 들어서니 망산 아래 조금 전 어음정을 찾으며 물었던 곳에서 알려준

 주천이 있다.



4. 주천(酒泉)




주천(酒泉)

망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 샘물은

 '신동국여지승람'에 주천이라는 지명으로 전해져 오는 곳이다.
옛날에는 이 샘에서 술이 나왔는데 양반이 오면 약주가 나오고 천민이 오면 탁주가 나왔다고 하여
고구려시대에 주연현에서 통일신라 경덕왕 때 주천현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조선시대 한 천민이 양반복장을 하고 와서 약주가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약주는 나오지 않고
평소와 같이 탁주가 나오자 화가 나서 샘터를 부순 이후부터 술샘에서는 술이 나오지 않고 맑고
찬 샘물이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망산 빙허루

주천의 망산 정상에는 빙허루가 있다.

퇴락한 정자 청허루와 주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 쌍벽을 이뤘다는 두 정자는

숙종이 와병 중에 이 두 정자를 노래한 시편을 지었을 정도로 알려진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무너진 것을 면민의 성금으로 1930년에 다시 지었다가 한국전쟁 와중에 불탔다.

지금의 빙허루는 1986년에 이층 누각으로 새로 지은 것인데,

정자 안에는 숙종과 영조, 정조가 지은 시와 친필 복제본이 걸려 있다.


- 모셔온 빙허루 사진 -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

주천면 소재지에서 식당을 찾아다니다 마침 문을 연 식당에서 두부 전골을 주문했는데,

시장이 반찬이어서일까?

지금까지 먹어본 두부 전골 중 가장 맛 좋고, 할머니 음식 솜씨라서인지 밑반찬들도 아주 깔끔했다.


오늘은

단종 유배길 중 단종이 석양을 향해 절을 올리며 통곡했다는 배일치에서

나도 석양을 보려고 눈앞에 보이는 망산 빙허루를 올라가 보지 않고 식당에서 나와

 빙허루를 찍는다.


 

주천강

‘강의 고장’으로 불리는 강원 영월에서도 주천강은 최상류에 자리한다.

평창과 횡성의 경계에 있는 태기산(1261m)에서 발원한 주천강은 무릉도원 면과 주천면을 지나 서면 신천리에서

  평창강을 만나 서강이 된다.


이 서강이 영월읍 합수머리에서 동강을 만나 남한강이 되어 충주호로 흘러든다.

 

 

단종의 유배길을 여행하면서

가까이 명승지도 찾아보며 여유롭게 다닐 목적으로 집을 나섰으니

주천면에서 가까운 곳에 요선정과 요선암이라는 주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찾아간다.


주천면에서 맛나게 점심을 들고,

법흥사 가는 길을 달리다 보면 주천강을 허리에 감고 달리는데 무릉도원 면을 만나는데,

2016년 11월 14일까지는 수주면(水周面)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요선정과 요선암은

무릉도원 면 주천강과 주천강 변 절벽 위에 있다.


무릉도원이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고 살 수 있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의 ‘유토피아(utopia)’와 같은 뜻이다.


무릉도원武陵桃源

이상향을 가리키는 ‘무릉도원’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집안이 너무나 가난하여 글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북풍이 세차게 부는 어느 날,

선비는 눈덩이를 뭉쳐서 담을 쌓고 그 안에 들어앉아 해바라기를 하다가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선비는 어느덧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온갖 산새들이 우짖는 무릉이란 곳이었다.

선비는 그곳에 있는 초당에서 배고픔과 시름을 잊은 채 글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행복에 젖어 있다가 깨어보니 꿈이었다.

이로부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선비의 꿈속 정경에 비겨 ‘무릉도원’이라 했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면의 이름이 있을까?

67년을 살면서 들어본 면 소재지 명칭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이름일 듯싶다.


다음에는

단종의 유배길을 조금 벗어나 아름다운 요선암과 요선정을 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