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거리 추억
아름다운 것들은
차츰
잊히고
그날
포성처럼 철조망 허리 감아 오르던
장미
때 되면 어김없이 피었다
때 되면
사위었지만
우린
원하지 않아도
만나고
진정
바라지 않아도
떠난다
전쟁 포화 속에도
살아
남은
소양강 벼랑 끝
고고한
장송
싸락눈
장송 자락에 내리던
1974년 2월
사단 GMC 얻어 타고 비틀비틀
찾아간
사방거리
민통선 지나면
주파령
넘어 더 가면
휴전선
그 공간
칠흑
속
구슬피 우는 어미 노루 울음소리 애달펐다
누가
언제
어떻게 왔다 갔기에
부대
앞
개울 돌멩이 아래 소름 돋는
전우 신보
태양옥
찌그러진 주전자 주둥이에 넘치는
막걸리
기억나지 않은 그림자 안고
부르던
유행가
태양옥
쫄깃쫄깃 매콤한
라면
덕지덕지 고추장 바른 더덕구이
향 좋은
취나물
이젠
기억 사라질 나이인데 또
기억 나는
해 질 녘
삶아
감춰둔 개고기
취침 나팔
30분 후
비사격 훈련 시간
반합뚜껑 넘치게 부어 마시던
막소주에
취해
달밤
울타리 타고 스멀스멀 기어오르던
붉은 장미
오살 나게
고와
모질게 끌어안은 가슴엔 붉은 피 흘렸다
아는 자만
아는
ATT, RSOP
야간
8인치 포 사격에 천지가 진동하던
원촌리
서린
내린
구만리 수력발전소 그윽히 바라보며
뺑이치던
유격
군발이
통수는 불어도 세월은
흘러
웃비끼내
아랫비끼내
골골
뻐꾸기 울고
밤꽃 향기 진동하던 1976년 5월 30일
12300000
84000000
삭풍 불고 눈 내리던 날
사방거리
들어
천둥 치고
비 내리던 날
파포리 고개 넘은 지 어언 40년도 지났디
아직도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만 해도 눈물 나는 그리운 사방거리
보며
두 손 모은다
남은 자
건강하고
무사히 모두 귀가하라고
빛바랜 사진
강원도 화천 사방거리에서 앞줄 운동복을 입은 우촌
▽
△
ATT 훈련 중 식사
- 시작노트 -
사방거리 :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 마지막 민통선 지역으로,
8"포병 단기하사로 군대 생활 했던 곳
전역 후
중년에 찾아갔더니,
옛 사방거리는 없고 콘크리트 건물들이 있더만.
우리 부대는 민통선 이북이라 더 갈 수 없어 하룻밤 사방거리에서 머물고 돌아왔네
주파령 : 지금은 민통선 이북에 있는 조선 시대에 김화를 거쳐 금강산 가는 길목으로 적근산과 백암산 사이의 고개
파포리 고개 : 화천에서 사방거리 가는 도중에 있는 낮으막한 고개
전우신보 : 당시 우리는 전우 신문을 읽었는데, 민간인 통제구역인 부대 앞 소양강 지류에는
남한 정권의 실정과 부패한 사회 실상을 실은 전우신문과 흡사하게 생긴 신문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돌맹이로 눌러 있어 소름이 돋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