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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전남 여행

(담양) 명승 제57호 - 식영정 일원(息影亭 一圓)

 

명승 제57호 - 식영정 일원(息影亭  一圓)

 

 

 

언제 : 2018년 1월 2일 화요일

어디 :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지곡리

 

 

소쇄원을 나와 한국가사문학관을 먼저 들른 것이 패착이었다.

먼저

식영정을 둘러보았다면 훨씬 날이 밝았을 터인데,

가사문학관을 둘러보고 식영정을 오르니 해는 이미 서산에 지고 인적도 끊겨

 혼자 어스름한 식영정 계단길을 오른다.

 

조선 명종 때 서하당(棲霞堂) 김성원이

그의 장인 석천(石川)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로,

이곳에서 송강(松江) 정철이 성산별곡, 식영정 20영 등 한시와 가사 및 단가 등을 남겨 송강 문학의 산실이 되었고,

우리나라 고전문학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곳으로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식영정은 담양의 창계천가 언덕 위에 지어진 정자로

 

 

조선 중기 호남가단의 한 맥을 이루는 식영정가단의 중심이 되었던 장소였다.

 

정철은 이곳에서 가사와 단가, 한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성산별곡(星山別曲)〉은

정철이 김성원을 흠모하여 지은 가사로 국문학사에 길이 남는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식영정은 송강문학의 산실로 우리나라 고전문학의 기틀이 마련된 곳이기도 하다.

 

 

 

 

 

 

 

 

우측에 부용당과 서하당 그리고 사당인 성산사를 두고

낮으막한 동산에 자리한 식영정을 찾아 계단을 오르니

범상치 않게 보이는 장송 한 그루 떡 버티고 서서 어디서 무엇하러 이곳에 왔냐고 묻는데,

식영정은 무심히 저무는 광주호를 바라보고 있다.

 

 

식영정(息影亭)

"그립자가 쉬고 있는 정자"

조선 명종 때 서하당(棲霞堂) 김성원이 그의 장인 석천(石川)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

 

 

식영정(息影亭)

《장자》의 〈제물편〉에 등장하는 ‘자신의 그림자가 두려워 도망치다 죽은 바보’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그내용을 살펴보면,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바보가 있었는데 그는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끝없이 달아났다.

그러나 제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림자는 끝까지 그를 쫓아왔고

더욱더 빠르게 달려도 절대로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이 다해 그만 쓰러져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로,

여기서 그림자는 인간의 욕망을 의미하며

누구나 욕심으로 가득 찬 세속을 벗어나지 않고는 이를 떨쳐버릴 수 없다는 내용.

그래서 옛날 선인들은 세속을 떠나 있는 곳,

그림자도 쉬는 그곳을 ‘식영세계’라 불렀고 식영정은 바로 이러한 식영세계를 상징하는 곳이다.

 

 

 

 

 

 

 

 

성산은 식영정의 뒷산인 별뫼를 말한다.

광주호가 만들어지면서

현재는 지형이 변형되었지만 과거에는 식영정 앞 창계천을 따라 경치가 뛰어난 장소가 많았다.
 자미탄, 견로암, 방초주, 부용당, 서석대 등 식영정 주변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 곧 〈식영정 20영〉이다.

 

 

성산별곡(星山別曲) 비(碑)

 

전체 6단으로 나눌 수 있다.

제1단은 서사(緖詞)로 서하당·식영정에 머물며 세상에 나가지 않는 주인 김성원의 풍류와 기상,

그리고 선간(仙間) 같은 식영정의 자연경관을 노래하였다.

제2단은 춘사(春詞)로 성산의 봄 경치와 주인공의 생활을 그린 것이며,

제3단은 하사(夏詞)로 신선하고 한가한 성산의 여름 풍경을 묘사하였다.

제4단은 추사(秋詞)로 성산의 가을 달밤 풍경을 읊었으며,

제5단은 동사(冬詞)로 눈 내린 성산의 겨울 경치와 이곳에 은거하는 늙은이의 부귀를 노래하였다.

제6단은 결사(結詞)로 산중에 벗이 없어 독서를 통하여 고금의 성현과 호걸들을 생각하고

그 흥망과 지조를 느끼며, 뜬구름 같은 세상에 술 마시고 거문고나 타는

진선(眞仙)같은 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하였다.

 

 

성산별곡

성산별곡

조선 선조 때 정철이 지은 가사. ≪송강가사≫에서. 규장각도서.

 

식영정 전경

 

 

식영정 솔 숲 사이로 푸르른 광주호가 발아래까지 온다.

 

 

 

 

돌계단을 따라 식영정에 올라 확트인 광주호를 바라보다 언뜻 해가 지고 있음을 알고

서둘러

장송 사이 비탈길로 부용당과 서화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임억령이 금산군수로 재직할 당시 을사사화(1545)가 일어났는데

그의 동생 임백령이 사화에 연루된 것을 알고 벼슬을 내놓고 향리에 은거했다가, 명종조에 다시 벼슬에 나아가

담양부사를 끝으로  은퇴한 후 이곳 식영정에서 은거했.


 

 

 

 

식영정에는 당대를 풍미한 시인묵객이 드나들었는데,

그들은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시를 짓고 노래를 했다고 전하며,

이때 식영정을 찾은 인물로는

면앙정 송순, 사촌 김윤제,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소쇄공 양산보, 서하당 김성원, 송강 정철, 제봉 고경명, 옥

봉 백광훈 등이다.

 

이들이 바로 식영정가단을 형성한 인물들로

특히 석천과 서하당, 송강, 제봉을 일컬어 ‘식영정 사선(四仙)’ 또는 ‘성산 사선’이라고 칭했다.

식영정 사선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식영정을 ‘사선정’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이들 식영정 사선은 식영정과 환벽당을 오가면서 각 20수씩 총 80수의 〈식영정 20영〉을 지어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해 전하고 있다.

 

 

부용당(芙蓉堂)

국가 명승지로 선택된 식영정 일원이기에

관리를 잘 하여 연지에 물이 항상 고이게 관리하면 더욱 아름다운 부용정을 담을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쉽지만

연꽃처럼 멋들어진 부용정을 반만 보고 돌아간다.

담양 식영정 일원

- Daum백과에서 모셔온 사진 - 물이 찬 부용당

 

 

뒤에서 본 부용당 자태

 

 

서하당(棲霞堂)

"노을이 머무는 집"

 

 

식영정을 지은 김성원은 정철과 함께 김윤제의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로

유년에 창계천 건너 작은 동산 위에 지어진 환벽당(環碧堂)에서 함께 공부했으며,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은 성산의 사계절을 아름답게 표현한 시가로 가사문학의 정수로 꼽히고 있다.

 

가사(歌辭)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걸쳐 생겨난 우리 문학의 한 형식으로

시조와 함께 양반, 평민, 부녀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부른 노래를 일컫는데,

시가와 산문의 중간 형식인 가사문학은 담양 지방의 정자원림, 특히 이곳 식영정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했다.

 

 

장서각

 

 

 서사 - 김성원의 전원 심취와 식영정 주변의 모습- 원문-번역문.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어떤 지나가는 나그네가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의 주인아 내 말을 들어 보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많거마는, 어찌 한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적막한 산중에 들어가고 아니 나오시는가.
솔뿌리를 다시 쓸고 대나무 침대에 자리를 보아, 잠시 올라앉아 어떤가 하고 다시 보니,
하늘가에 떠 있는 구름이 서석을 집을 삼아. 나가는 듯하다가 들어가는 모습이 주인과 어떠한가.
시내의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하늘의 은하수를 누가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쳐 놓은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 속에 달력이 없어서 사계절을 모르더니.
눈 아래 헤친 경치가 철을 따라 절로 생겨나니, 듣고 보는 것이 모두 신선이 사는 세상이로다.

 

 

 본사 1 - 성산의 봄 풍경(春景) - 원문-번역문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매창 아침볕의 향기에 잠을 깨니, 산늙은이의 할 일이 아주 없지도 아니하다.
울타리 밑 양지 편에 오이씨를 뿌려 두고, 김을 매고, 북을 돋우면서 비 온 김에 가꾸어 내니,
짚신을 죄어 신고 대나무 지팡이를 흩어 짚으니, 도화 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이어졌구나.
잘 닦은 거울 속에 저절로 그린 돌병풍, 그림자를 벗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무릉도원이 어디인가, 여기가 바로 그곳이로다.

 

 

- 아래는 본사 2 - 성산의 여름 풍경(夏景)- 원문-번역문-용어해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남풍이 문득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철을 아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희황 베개 위에 선잠을 얼핏 깨니, 공중의 젖은 난간이 물 위에 떠 있구나.
삼베옷을 여며 입고 갈건을 비껴 쓰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기대면서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온 뒤에 붉은 연꽃과 흰 연꽃이 섞어 피니, 바람기가 없어서 모든 산이 향기로다.
염계를 마주하여 태극성을 묻는 듯, 노자암을 건너보며 자미탄을 곁에 두고,
큰 소나무를 차일삼아 돌길에 앉으니, 인간 세상의 유월이 여기는 가을이로구나.
청강에 떠 있는 오리가 흰 모래에 옮겨 앉아, 갈매기를 벗삼고 잠깰 줄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비교하여 어떤가.

 

 

본사 3 - 성산의 가을 풍경(秋景)- 원문-번역문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오동나무 사이로 가을달이 사경에 돋아오니, 천암만학이 낮보다도 더 아름답구나.
호주의 수정궁을 누가 옮겨 왔는가. 은하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라 있는 듯.
한 쌍의 늙은 소나무를 조대에 세워 놓고, 그 아래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내버려 두니,
홍료화 백반주를 어느 사이에 지났길래. 환벽당 용의 못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푸른 풀이 우거진 강변에서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의 흥을 못 이겨 피리를 비껴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을 깨어 일어날 듯, 연기 기운에 나온 학이 제 집을 버려 두고
반공에 솟아 뜰 듯.
소동파의 적벽부에는 가을 칠월이 좋다 하였으되, 팔월 보름밤을 모두 어찌 칭찬하는가.
잔구름이 흩어지고 물결도 잔잔한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소나무 위에 걸렸으니,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졌다는 이태백의 일이 야단스럽다.

 

 

본사 4 - 성산의 겨울 풍경(冬景)-원뭉-번역문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공산에 쌓인 낙엽을 북풍이 걷으며 불어, 떼구름을 거느리고 눈까지 몰아 오니,
온갖 나무들을 잘도 꾸며 내었구나.
앞 여울물 가리워 얼고 외나무 다리 걸려 있는데, 막대를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산늙은이의 이 부귀를 남에게 소문내지 마오.
경요굴 은밀한 세계를 찾을 이가 있을까 두렵도다.

 


  결사 - 전원 생활의 멋과 풍류 - 원뭉-번역문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산중에 벗이 없어 서책을 쌓아 놓고, 만고의 인물들을 거슬러 세어 보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이 인간을 지으실 때 어찌 무심하랴마는, 어찌 된 시운이 흥했다 망했다 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끝이 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古佛) 귀는 어찌 씻었던가. 소리가 난다고 핑계하고 표주박을 버린 허유의 조장이 가장 높다.
인심이 얼굴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상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느냐?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구나,
거문고 줄을 얹어 풍입송을 타자꾸나.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높고 먼 공중에 떠 있는 학이 이골의 진선이라.
이전에 달 아래서 혹시 만나지 아니하였는가?
손님이 주인에게 이르기를 그대가 곧 진선인가 하노라.

 

사당 성산사(星山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