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해
지면
돌아갈 곳 있음은 행복이다
서산 해 걸려 찰나 빛 발하면
마을은
물들고
나그네
가슴은
피조개 속살처럼 젖어 온다
돌아갈 것인지
술 한 잔 마시고 주저앉을 것인지
본디
마음이란
실체가 없다고 선각자는 말하지만
만 갈래 갈라진
개펄 위
무심히 드는 갯물처럼
실눈
미소 속에 감춘
붉은 혀
뱀처럼
비튼
열락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매듭 만지작거리며
오늘도
어디쯤 오고 있을 나의 저녁을 향해
걷는다
저녁은 끝나는 시점이 아닌
지나가는
시간
마땅히
그래야 하는 삶은 없다지만
살만한 이유는
지옥같은 밤 지나면
내일은
다시 걸을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