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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부산+경남 여행

(경남 남해) 명승 제15호 -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

 

명승 제15호 - 남해 다랭이 마을

 

 

 

 

언제 : 2017년 8월 1일 화요일

어디 :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홍현리 다랭이 마을

 

 

척박한 땅에서 피땀 흘려 살고자 논밭을 일군 가난한 농부의 마을이 어디 이곳뿐일까만,

국가 지정 명승지이며,

카메라 렌즈의 마술로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는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을 찾았다.

 

체감온도 약 40도가 넘을 듯

옥수수 삶듯 푹푹 찐다.

 

아름다운 남해를 바라보며 꾸불꾸불 해안 길을 달리다 고갯길 모퉁이 돌아서니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다랭이 마을이

가파른 산비탈 다랭이 가운데 마을을 이룬 고운 색 지붕들과 남해의 사나운 파도가 밀려오다 더 갈 수 없으니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성질을 부리고 있다.

 

 

 

 

 

설흘산과 다랭이 마을

 

 

국가지정 명승 제15호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 논 

 

남해 가천마을 다랑논은 선조들이 산간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깍아 만든 인간의 삶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어 형성된 곳으로

설흘산과 응봉산 아래 바다를 향한 산비탈 급경사지에 곡선형태의 100여 층의 논이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배후의 높은 산과 전면의 넓게 트인 바다가 조화를 이루어 빼어난 농촌문화경관을 형성하고 있어

경관적(예술적)가치가 뛰어나며 인근에는 산림 및 바다의 자연적요소와 가천암수 바위, 설흘산 봉수대,

서포 김만중 유배지인 노도와 같은 문화적 요소는 명승적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는 곳으로

경관적 가치가 특별하고 전통적인 벼농사 문화가 유지되고 있는 남해 가천마을 다랑논은 보존 및 활용가치가

높고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2002년 농촌전통테마마을 선정과 함께 2005년 1월3일

국가지정 명승으로 지정보존 되고 있다.

 

 

 

가파른 절벽 뒤로 처음 희미하게 보이는 조그만 섬이 김만중 선생의 유배지인 노도

 

 

 

 

 

 

 

응봉산

 

 

 

카메라 렌즈의 마술이라는 말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가천 다랑논은 벼가 한창 자라 척박함 속에서도 차곡차곡 벼가 여물어 가는 풍경을 상상하였다면 오산이다.

대부분 다랑논은 용도 변경되었고, 혹은 칡넝쿨로 덮여 보존되어야 할

 국가지정 명승지인데 아쉽다.   

 

 

 

 

 

 

 

 

 

 

 

 

남해 가천 암수바위

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3호

 

이 암수바위를 이곳 사람들은 미륵불이라고 부른다. 그리하여 숫바위를 숫미륵, 암바위를 암미륵이라 일컫는다.

숫미륵은 남성의 성기와 닮았고,

암미륵은 임신하여 만삭이 된 여성이 비스듬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1751년(영조 27)에 남해 현령 조광진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내가 가천에 묻혀 있는데,

그 위로 우마가 다녀 몸이 불편하니 꺼내어 세워주면 필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하고 하였다.

 

이후 현령은 이 암수바위를 꺼내어 미륵불로 봉안하였다.

또 논 다섯 마지기를 이 바위에 바치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어민들은 지금도 이 바위를 발견한 날인

음력 10월 23일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뱃길의 안전과 많은 고기가 잡히기를 빌고 있다.

 

이 바위는 원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던 선돌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기능이 바다와 마을의 수호신으로 확대되어 미륵불로까지 격상된 것 같다.

그럼에도 본래 지녔던 풍용와 다산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오늘날에도 아들을 갖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장소로 남아 있다.

 

 

암수바위

 

 

 

 

 

 

 

 

 

 

 

 

 

 

 

 

 

 

국가 명승지로 선정한 이유는

비록

시대에 뒤떨어지고 불편한 생활이지만, 본래의 모습을 유지 계승하여 후대에 선조의 생활을 보며

삶을 발전시키기 위함이라면,

가천 다랑논은 이미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여행의 맛은 날씨와 관계가 깊다.

새벽부터 남해엔 안개가 자욱하더니 가천 다랭이 마을에 도착하여 

어제부터 맛보고 싶었던 남해 죽방렴에서 잡힌 멸치조림으로 늦은 아침을 들면서

노랗게 담긴 유자 막걸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마셨더니 비 오듯 땀 흘리고 호흡은 헐떡거린다.

 

이 땅에 태어나 이 땅의 명소도 다녀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는 것에 대해 큰 배신이다.

비록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를지라도.

 

다랭이 마을을 떠나며

남해는 우리나라에서 5번째 큰 섬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토도 많고 포구도 많은데,

이곳 가천마을은

육로도 오지이며 배로도 왕래가 불가한 급경사지 비탈에서

 다랑논을 개척하여 농사를 지어야 했고, 배도 댈 수 없는 척박한 이곳에서 왜 살아야 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