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靈鷲叢林 通度寺) - 서축암
자장암을 찾아가는데
서축암이 눈앞에 어른거려 서축암을 들렀다.
서축암은 너른 평지에 있는 암자로 아담하고 매우 정리가 잘된 암자다.
하필
서축암 대문을 사진에 담고 싶어 이동하는데 대문 바로 앞에다 승합차를 세우더니 보살 3명이 내린다.
혼자
카메라를 들고 서성거리니 서축암 보살님이 차 한잔 하시라며
차를 내놓는다.
안양암을 돌아 나와 조그만 고개를 넘어 내려오니
좌측에
통도사 스님들이 연을 기르는 연밭이 있어 연꽃이 만개할 때는 연꽃 향기 따라 걸으면 저절로 기분 좋아지는 곳이라는데,
겨울이라 멀리 허물어져 가는 초라한 정자 하나 서 있는 삭막한 풍경이다.
연밭 아래 저수지에 구름에 덮인 영축산의 반영이 못내 아쉽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걸으며 얼마큼 가야 하는지 초행이라 솔직히 긴장했는데,
개활지에 나와 돌아보니
내가 출발했던 안양암이 앞산 너머 있고 그 골짜기를 따라 걸어 이곳에서 섰다.
나무도 힘이 들 때는 옆에 있는 나무에 의지하는 모습이, 우리가 사는 방법과 다르지 않아
의미를 두어 담았다.
만일 겨울이 아니었다면 우거진 가지와 나뭇잎에 가려 이런 관계를 볼 수 없었을 터인데,
이런 것까지 볼 수 있어 겨울 여행이 좋다.
대체로 큰절은 깊은 산 속에 있어 절 뒤에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공간이 없는데,
영축산 품에는 암자들이 있고,
정작 통도사는 영축산 품을 벗어나 있어 그사이 마을이 있고 농사도 지을 수 있는 너른 공간이 있어
지금까지 본 절들과 차이가 있다.
서축암 입구
서축암 입구를 담으려는데
하필 승합차가 입구 앞에 서더니 사진의 세 보살이 아랑곳없이 암자 안으로 들어간다.
서축암 입구를 들어서니
무량수전 앞으로
의상조사 법성게 번(휘장)이 양옆으로 줄지어 서서 어서 오라는 듯 바람에 깃발을 날리고 있다.
義湘祖師法性偈(의상조사법성게)
法性圓融無二相(법성원융무이상) 법의성품 원융하여 두 모양이 본래 없고
諸法不動本來寂(제법부동본래적) 모든 법이 동함 없어 본래부터 고요해라
無名無相絶一切(무명무상절일체) 이름 없고 형상 없어 온갖 것이 끊겼으니
證智所知非餘境(증지소지비여경) 참 지혜로 알 일뿐 다른 경계 아니로다.
眞性甚深極微妙(진성심심극미묘) 참된 성품 심히 깊어 지극히 미묘하니
不守自性隨緣成(불수자성수연성) 자기성품 지키지 않코 인연 따라 이루더라.
一中一切多中一(일중일체다중일) 하나 중에 일체가 있고 일체 중에 하나가 있어
一卽一切多卽一(일즉일체다즉일)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라.
一微塵中含十方(일미진중함시방)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세계 머금었고
一切塵中亦如是(일체진중역여시) 일체의 티끌 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
無量遠劫卽一念(무량원겁즉일념) 한이 없이 머나먼 무량겁이 일념이요
一念卽時無量劫(일념즉시무량겁) 일념이 곧 한이 없는 머나먼 겁이어라.
九世十世互相卽(구세십세호상즉) 구세도 십세도 서로 서로가 가까운 것이니
仍不雜亂隔別成(잉불잡란격별성) 그러므로 잡란 없이 따로따로 이루어라.
初發心時便正覺(초발심시변정각) 처음 발심 한 때가 정각을 이룰 때요
生死涅槃常共和(생사열반상공화) 생과 사와 큰 열반이 항상 서로 함께했고
理事冥然無分別(이사명연무분별) 理와 事가 아득하여 분별 할 길 없는 것이
十佛普賢大人境(십불보현대인경) 열 부처님 보현보살 큰사람의 경계여라.
能仁海印三昧中(능인해인삼매중) 해인삼매 그 속에 온갖 것을 갈무리고
繁出如意不思議(번출여의부사의) 불가사의 무진법문 마음대로 들어내며
雨寶益生滿虛空(우보익생만허공) 온갖 보배 비 내리어 일체중생 이익하니
衆生隨器得利益(중생수기득이익) 중생들이 그릇 따라 온갖 이익 얻음이라
是故行者還本際(시고행자환본제) 이런 까닭에 불자들은 본제에 돌아가서
叵息妄想必不得(파식망상필부득) 망상을 쉬지 않곤 얻은 것이 바이없네.
無緣善巧捉如意(무연선교착여의) 인연 없는 방편지 마음대로 잡아 쓰니
歸家隨分得資糧(귀가수분득자량) 본집에 돌아가서 분수 따라 양식 얻네.
以陀羅尼無盡寶(이다라니무진보) 이 다라니 무진법문 끝이 없는 보배로서
莊嚴法界實寶殿(장엄법계실보전) 온 법계를 장엄하여 보배궁전 이루고서
窮坐實際中道床(궁좌실제중도상) 영원토록 참된 법의 중도 상에 편히앉아
舊來不動名爲佛(구래부동명위불) 억 만 겁에 부동함을 부처라 이르니라.
무량수전 앞에서 입구를 보며
무량수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건물이 있는데 현판이 없는 것을 보니 아마도 요사채인 듯
언뜻 불국사 다보탑을 닮았네!
맛난 생수가 철철 넘쳐 한 바가지 받아 꿀꺽꿀꺽 헛배를 채웠다.
오늘은 영축산이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 모양이다.
처마 밑에 장작을 보니 요사채인 듯
서축암은 계획에 없었던 암자인데, 자장암 가는 길목에 있어 들렀는데 정말 좋은 인연일 것이다.
특히
서축암은 다른 암자에 비해 아주 깨끗하고 흐트러짐이 없이 정리되어 맛깔스러운 암자였다.
아쉬움이 있다면
바위도 계곡도 없는 평지에 있어 음식으로 치면 백반을 먹는 기분이라면 잘못된 표현일까?
이제
오늘 마지막 목적지 자장암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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