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共存)
나는
남일 수 있고
남은
나
내가 흙이 되면
나의 세상은
없듯
존재함으로
공존하는
우리
도공은
애써
질그릇 빚어
불 지피며
기다리다
가마 열어
질 좋은 그릇
혹
질 나쁜 그릇 나오듯,
우리는
질 좋은 그릇이고
질 나쁜 그릇
생로병사
존재하는 모든 것도
우리이며
우리는
곧
같은 가마에서 나온
나(我).
그래서
시인은 몸살 하며
읊조린다.
깊이 사랑하지 말고
가벼운 눈웃음 나눌 정도로
지내자고.
- 시작노트 -
2014년 11월 1일 토요일
오전까지 무거운 비 내린다는 예보와 달리
비 내리지 않은 날.
선산에 모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님을
87년 만의 길일이라는 날
순천 화장터에서 정리하여
다시
선산에 모시는데
단풍 지는
11월
첫날
뜬금없이
샛노란 나비 한 마리
훨훨
날아와
작업터
공중을 날다가
가는듯
다시
너울너울 한 바퀴 돌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노란 나비 보며
아마도
하느님께서 혹은 부처님께서
천사를 보내시어
오늘
우리가 한 일을 둘러보시게 하신 것이라
믿으며
매제와 나는
말없이
눈을 마주쳤다.